<해설> "정치권 논리엔 기술적 한계"

입력 2003-04-24 11:43:57

교통개발연구원의 입장은 완강했다. 5.8km국철병행 지하화 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지역 정치권의 '저항'을 뿌리쳤다.

교통개발연구원은 24일 국회 설명회에서 △선로의 급경사 △대구민자역사 지하통과 △신천통과 및 대구지하철 교차 △고속철 공사기간 중 도로교통 영향 △안전방재 등 모두 5가지 이유를 들어 5.8km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경부고속철이 완전개통되면 경부선의 주 기능은 화물수송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부선 김천~삼량진간 선로용량(156회)을 모두 화물차로 운행할 경우 신천~동대구역(996m) 구간의 급경사(높이 20m)로 인해 연간 79만7천160량(35% 감소)의 화물 수송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백승홍.박승국 의원은 "화물열차의 단독 운행만을 상정,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며 "열차의 종류, 동력차의 성능, 선로 기울기, 열차의 운전조건, 전기 및 기타설비 조건에 대한 비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백 의원은 또 "합리적 수송능력 비교를 위해선 경부선의 화물차 운행횟수와 수송량을 모두 고려해야하는데도 연구원측은 단순히 화물차 최대 수송능력에 대한 수학적 해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고 비난했다.

5.8km안의 안전문제 역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교통개발연구원측은 "5.8km 구간에서 유류, 화약, 황산 등 위험물을 적재한 화물열차의 사고 발생시 일반 여객 및 고속열차의 대형사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화물열차의 위험물 적재를 들어 대구지하철 참사를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짙었다.

그러나 땅밑을 50~60m 가량 파들어가 지하터널로 연결하는 '지하 직선안'이 오히려 안전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지하 직선화안의 경우 환기 및 안전방재 차원에서 모두 1천13억원을 투입해야 되는데다 동대구역 지하 40m에 설치된 정거장을 오르내리기 위해 4분49초 동안 에스컬레이터를 타야한다. 따라서 대구 의원들은 "지하터널(지하 직선안)에서 사고가 발생, 한꺼번에 승객이 몰릴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통개발연구원측은 "5.8km안은 제반 기술적 문제로 인해 문제구간인 신천~동대구역 노선을 제외한 3.2km(서구 평리동~중구 태평동)에만 국한시켜 건설하는 안으로 축소 조정하겠다"며 5.8km안 배제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 건교부와 철도청은 기존 경부선과 고속철을 지하화할 경우 대구 남북지역 양분화 현상이 해소되는 등 도심 균형발전이 가져다 줄 기대효과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 없었다.

반대로 한나라당 대구의원들은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며 "5.8km안이 지닌 경제적 가치에 대해선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다"면서 "이미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도 자체 조사를 통해 '5.8km안에 따라 지화화할 경우 대구도심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또 "경제적 기대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용역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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