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봉사대상 아닌 동행자-(사)상록뇌성마지복지회 최성호씨

입력 2003-04-24 10:34:18

체육대회나 아유회 등 행사 때마다 묵묵히 일손을 거드는 (사)상록뇌성마비복지회 최성호(50) 봉사단장은 장애인들에게 '천사표 아저씨'이다.

철공소에서 일하던 1982년부터 봉사단원으로 주말마다 이리저리 뛰면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에서부터 손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밥 떠먹이기, 목욕 봉사까지 바쁘기 그지 없는 것. 자가용 승용차가 없던 시절엔 50원으로 버스를 타고 시외까지 찾았었다.

그러던 9년 전 한 장애인 관련 행사장에서 상록뇌성마비복지회 노재규(77.여)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노 회장은 승용차가 없는 최씨가 장애인들을 업어 나르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일요일이면 오전 9시쯤 집을 나서서 대구시내 4, 5군데 장애인 단체를 순회한다.

가장 즐거운 것은 이 때. 하지만 홀로 굶고 있거나 중병에도 병원에 못가는 장애인 집을 찾을 때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최근 9인승 승합차를 마련해 장애인들의 손발이 돼 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

"쇠 가공술이 이렇게 도움될 줄 몰랐습니다". 최씨는 자신의 기술도 봉사에 십분 활용해 왔다고 했다.

선반.밀링.프레스 등 금속 가공기술로 휠체어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에 경사로를 만들어 설치하고, 화장실 변기에는 장애인용 손잡이를 만들어 붙인다.

마당에 철봉을 세우거나 지붕을 고치는 일도 최씨 몫. 재료비도 자신이 부담한다.

"장애인들을 보면서 건강한 내 몸에 감사했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그의 봉사는 자신을 낮추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찾던 장애인 시설에 차츰 젊은 봉사자들이 늘면 더 외진 시설로 발걸음을 옮긴다고도 했다.

"봉사하다 보면 처음엔 남에게 뭔가 도움 된다는 데 즐거워하다가도 슬슬 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최씨는 장애인들을 봉사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장난치고 웃으며 더불어 사는 동행자로 생각해야 오래 봉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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