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속기정책 '대구분노' 이유있다

입력 2003-04-23 11:58:35

양성자가속기사업에 대한 정부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대구시민들에게 허탈감과 충격을 주고 있다.

불과 10여일 전만해도 원칙과 소신을 강조해온 참여정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중요한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이 소홀하게 다루지는 않으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 최소한의 믿음마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나는 이 시점에서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을 믿고 토지수용 협조, 유치 결의서 서명 등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지원 활동을 열심히 전개하고 선정결과를 기다려온 250만 대구시민이 갖는 정부불신은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시민들이 느끼고 있을 배신감은 어떻게 달랠 것인가.

시민들에게 사업유치의 필요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온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부끄럽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는 또 핵폐기물 관리시설 부지확보에 나선 지난 1986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무얼하고 있었나. 거듭된 핵폐기용 시설부지 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의 필요성만 역설했지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핵폐기물 관리시설은 안전성이 핵심이고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첨단과학산업으로의 경제성과 장래성이 핵심이 되는 사업이다.

임해지역 오지에 건설해야 할 핵폐기물 관리시설과 미래의 과학기반산업 중추단지로 육성해야 할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패키지로 묶어 같은 지역에 건설하려는 발상은 납득할 수 없다.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전북, 강원 등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에 나섰던 지역 주민 모두가 핵폐기물 시설과의 연계를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영광, 고창, 울진, 영덕 등 핵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들조차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의 연계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핵폐기물 관리시설과 연계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열정을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에 쏟아 부었다.

연계선정 정부발표후 유치기관인 대구시와 경북대를 비롯, 구청장·군수 및 구·군의회의장, 상공계 등이 주축이 되어 국무회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 사이버 시위, 시민단체 및 정치권 차원의 대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두 사업의 연계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을 통해 정부에 정책의 일관성, 원칙과 신뢰행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줘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에 입각한 시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구에 양성자가속기가 꼭 와야 한다는 아집도 아니다.

소신과 원칙을 강조해온 참여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걱정과 성원이 담긴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 첨단과학산업의 기반을 굳건히 다지고 안정성이 확보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를 찾아낼 수 있도록 참여정부에 대구시민의 충정을 전해주자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는 아직 늦지 않았다.

시민의 단합된 힘을 모아 첨단과학산업 도시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자.

임대윤〈대구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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