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우리경제.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백가쟁명식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의 묘를 살리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우선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지 아닌지도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양책이 성공적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반짝 경기만 구경하고 그 후 내내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경제계나 정계에서는 부양책 지지 쪽이고 정부측은 '아직은 아니다'는 식의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처럼 6공정부나 YS정부의 단기부양책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은 사실이다.
이외도 DJ정부의 부양책도 실패로 끝났다.
2002년 전반기 동안 반짝경기로 끝났던 이 부양책으로 인해 지금 우리경제는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가.
지난 3월에는 소위 카드채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설도 겪었고 신용불량자 300만명 시대도 DJ정부의 부양책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어렵다고 단기적인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다만 장관들은 "앞으로 경기지표를 봐가며 추경예산 등을 검토하겠다"는 식의 유보적 입장이다.
참으로 경제란 그냥 시장에 맡겨 둘 수도, 그렇다고 정부가 섣불리 개입할 수도 없는 묘한 존재인 것만 사실인 것 같다.
한편(on the one hand)이 좋으면 다른 한편(on the other hand)이 나쁘게 마련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어디 양 손(hand)쓰는 경제 없나"하고 조크를 던졌을까.
또 막상 부양책을 쓴다해도 어느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정답이 없다.
1년 뒤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리 등의 금융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쪽과 추경예산 편성이나 감세(減稅) 등의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쪽이 맞서 있다.
먼저 재정정책 편을 보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방식은 미국의 뉴딜정책처럼 성공적인 경우도 있으나 실패가 훨씬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90년대 버블 붕괴이후 10년동안 110조엔이나 되는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또 일본은 이 동안 소득세 등을 감세 함으로써 내수를 진작시키려고도 해 보았다.
소위 레이거노믹스 대망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연간 2조엔 규모로 너무 작아서인지 효과를 보지 못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너무 늦었고 너무 작다'(too late too small)였다.
따라서 현재 여당이 주장하는 국내총생산(GDP)의 2%인 10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의 편성은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있는 법인세 감세문제도 그렇다.
우리 정부부채가 일본처럼 국내총생산의 1.3배나 되는 악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통계방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려할 만한 규모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법인세율 인하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금리정책은 어떤가. 이 역시 완벽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통화량을 증대시키거나 금리를 내려 보았자 쓸 사람이 있어야 쓰지. 기업이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금리 때문이 아니고 경기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예측만 봐도 기업의 시설투자는 당초 8.8%에서 3.4%로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통화량을 늘린다고 해봤자 부동산 투기나 물가만 건드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만 높다.
대체로 경기부양책은 임시방편적이다.
따라서 그런 단기적 부양책보다는 오히려 우리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부양책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를 위해선 교육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 법과 원칙만이라도 지켜졌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SK글로벌 같은 투명성 문제는 '고통 없이 개혁 없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며 특히 노동시장에서 법과 원칙이 무너진 두산중공업 사태나 철도분규에 대한 해결 방식은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고용허가제, 주5일제 등도 언젠가는 뿌리 내려야 할 과제이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는 벅찬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도입에는 지혜를 살릴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 하는 사람은 바보고, 기업 하려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하는 것이야말로 어느 부양책보다 좋은 부양책일 것이다.
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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