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종업원 10여명을 거느린 40대 중소기업사장이 부도를 내고 2년째 노숙자 생활을 하다 끝내 서울의 주택가 골목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오랜 노숙생활에서 얻은 지병이거나 전날 내린 비를 맞아 저체온증(低體溫症)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의 호주머니에든 연락처로 경찰이 전화를 걸어 찾아온 20살난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2년전까지도 금속세공업체를 차려 자연석에 금.은을 입히고 '돌상감'기술을 개발, 특허출원까지 하는 등 사업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자금난이 '오늘의 불행'을 낳고 말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잠적한 뒤 아들은 아르바이트로, 어머니는 식당일로 겨우 끼니를 잇느라 아버지를 찾아 볼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같은 날 국내 4년제대학을 졸업하고 일본대학원 유학을 위한 어학연수를 갔다가 좌절하고 귀국한 30대 후반의 청년은 7년째 직장없이 지내다 끝내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나는 무능력자'라는 유서를 남긴 그의 가족들은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에 얹혀지내면서 주위의 취업권유에 "매사에 자신이 없다"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전한다.
최근의 국내 경기가 더욱 나빠지면서 생겨나는 40~50대 가장의 실직, 근 30만명에 육박하는 대졸실업군 등 정부도 묘책이 없어 멀건히 보고만 있는 청장년층의 실직이 끝내 죽음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두 케이스였다.
엊그제까지만해도 407억원의 로또복권 1등 당첨자인 어느 경찰관의 벼락부자 화제가 만발한 것과는 천당과 지옥의 얘기가 아닌가.
▲우리는 지금 이런 혼란스럽고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금을 떼고도 3백억원이 넘는 '공돈'중 단 1억원만 이들과 나눠가져도 이들의 죽음만은 일단 막았잖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 경찰관은 돈의 중압감과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도움요청 등쌀에 못견뎌 홀연히 사표를 내고 종적을 감췄는지도 모른다.
한쪽은 다 잃어버리고 '죽음'을 택하고 다른 한쪽은 꿈에도 생각못한 일확천금을 주체못해 죄지은 심정으로 '은신'해 버리고….
▲인간사는 이렇게 천차만별로 고르지 않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SK그룹에 압력을 넣었다는 10억원 사찰시주(施主) 생각이 언뜻 떠오른다.
그 중 반만이라도 떼내 노숙자들의 생계비로 내놓도록 했으면 아마 '구속 수감'이라는 형벌대신 '자선의 얘기'로 급반전 되지 않았을까. 그 연장선상에서 대북송금 특검이 생겨난 근원엔 '남쪽의 이런 불행부터 먼저 해결하고 그 연후에 북쪽을 돌봐도 되는 게 아닌가'하는 '국민공감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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