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그만큼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를 알리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학교 홈페이지는 아직도 실제 학교보다 훨씬 더 낡은 모습이다.
이런 곳에 손님이 있을 리 없다.
주인인 교사와 학생들조차 찾지 않는다.
이래서는 막대한 예산만 잔뜩 들였을 뿐 교육 정보화도, 정보화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학교 홈페이지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교육부와 교육청은 물론 각급 학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인 것. 대구 시지초교의 변화를 통해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보자.
▲홍보용이 아닌 교수·학습센터로=시지초교의 홈페이지(www.siji.es.kr)를 처음 들어설 때의 느낌은 깔끔하다는 정도다.
일부 학교들처럼 화려한 인트로(intro·들어가기 화면)도, 형형색색의 사진도, 잔뜩 멋을 들인 디자인도 없다.
남에게 보이기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편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메뉴는 교육정보한마당. 교사마당과 학생마당으로 구분된 이곳에서는 원하는 교수·학습정보를 학년, 학기, 과목, 단원, 주제별로 손쉽게 검색해 이용할 수 있다.
시지초교 교사들이 자체 개발한 자료는 물론 에듀넷, 대구에듀넷 등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제작한 교수·학습자료와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교수·학습용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찾을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
교사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를 찾거나 학습용 CD를 돌리느라 더 이상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은 학교나 집 어디서든 공부하고 싶은 과목과 단원을 금세 찾아 플래시나 동영상 등을 통해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는 것.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우리들 세상 메뉴에서 프로젝트 학습방, 주제별 토론방, 시지창의마당 등 다양한 코너를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마우스 클릭을 통해 올라와 있는 자료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학습 주제와 방법, 내용 등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프로젝트 학습방의 경우 교과 공부는 물론 취미, 특기 등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만들어가는 다음 카페 형태의 커뮤니티. 이미 10여개의 학습방이 개설돼 학생들 스스로 운영해가고 있다.
주제별 토론방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토론 주제를 만들어 올리고 답글을 적어가며 토론하는 마당이다.
학교 계획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곳을 통해 앞으로 웹 펜팔이나 화상 채팅까지 할 예정이다.
▲학교의 모든 정보는 공유된다=시지초교의 학급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자. 실제 학생 수는 40명 안팎이지만 홈페이지에 가입된 인원은 70~80여명이다.
학부모들이 다수 가입한 것. 여기서는 매일매일의 알림장, 담임교사의 공지사항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제 올리기, 선생님께 쪽지 보내기 등 학급 운영 참여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
상당한 기간 동안 교육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됐지만 학교는 여전히 일정 부분 폐쇄된 공간으로 치부돼 왔다.
시지초교는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언제 무슨 일이 계획돼 있는지, 학급과 동아리 등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학교 내 모든 정보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유할 수 있도록 바뀌어가고 있다.
교수·학습자료는 물론 학교와 학급의 운영, 교육과정, 수업 내용과 방법 등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는 것.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충분한 물적 인프라를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모두 일정 수준의 정보통신활용능력을 가져야 한다.
학교측은 이를 위해 재량활동과 특기·적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정보통신기술 소양과 영역별 활용 능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학부모 정보화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학교에서 실시한 정보화 교육을 받은 학부모만 200여명. 올해도 그 이상의 학부모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업무 경감, 정보윤리 교육도 저절로=홈페이지를 비롯한 학교 시스템이 하나로 운용되면 부수적 효과도 엄청나다.
시지초교 교사들은 올해 업무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만들어야 할 업무용 문서 제작이 손쉬워졌다.
지난해 학교에서 만들어진 모든 문서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면 된다.
처음 부임한 교사라도 학교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공문 회람이나 결재, 업무 연락 등도 상당 부분은 인트라넷을 통해 이뤄진다.
3월 이후 실제 문서가 아니라 가상 공간으로 주고받은 업무연락만 200건 가까이 될 정도다.
학교 홈페이지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다 보니 학생들에게는 이제 홈페이지도 학교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욕설, 조잡한 내용 등으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지만 시지초교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그런 내용을 찾기 힘들다.
서태원 교장은 "지난해 7월에 자유게시판에 좋은 글을 올린 학생 3명을 시상했더니 글 올리는 횟수가 금세 늘고 내용도 저절로 정비됐다"며 "홈페이지가 스스로 공부하고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면 정보윤리 교육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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