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4-22 09:30:43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 주고 싶다.

)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

김수영「동맥(冬麥)」부분

신념의 치열성을 말하기 위해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로 쓰고 있다.

보통시인이면 그냥 「내 몸은 아파서 비틀거린다」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양이라는 말을 넣어 에너지를 더하고 있다.

두 이미지가 주는 치열성의 차이는 용광로와 화로불의 열기만큼 밀도가 다르다.

김수영은 시가 주는 메시지는 물론 수사법 하나까지 이렇듯 온몸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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