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단체장은-'우짜꼬'와 '우야겠노'

입력 2003-04-22 09:30:43

요즘 대구시민들의 표정을 보면 굳어있는 얼굴이 대부분이고 웃음도 띠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의 대선 후유증이 사라지기도 전에 지하철 참사라는 대형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시민들의 표정이 이렇게 변한걸까.

지난 95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대다수 시민들은 "우짜꼬" 라고 표현했으나, 작년 대선이 끝난 후에는 "우야겠노"라는 표현을 썼다.

"우짜꼬"라는 말에는 놀람, 당혹과 더불어 큰일났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있고, "우야겠노"라는 말엔 숙명적인 체념과 더불어 노무현 당선자에게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보내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때보다 훨씬 더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 대구시민은 신임 대통령에게 기대와 희망을 거는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여줬던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청와대와 정부의 행보를 보면서 대구시민은 불안감과 더불어 배신감을 느낀다는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지하철 참사가 터졌을 때 마치 중앙정부 차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더니 날이 갈수록 지원하겠다는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구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만 입혔다.

게다가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핵 폐기장과 연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느닷없는 발언은 또 무엇인가?

양성자 가속기 사업은 4천60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이고 수출 및 수입대체 효과가 연간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사업으로 대구시, 경북도, 대구의 정치권과 시민들이 합심을 해서 대구의 사활을 걸고 유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동안 과기부에서 제시한 선정기준과 평가 기준에 충실하게 자료를 준비했고 현장 방문시에 주민들은 환영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범시민적인 환영을 했다.

그 결과 대구시와 전북 익산의 2곳으로 압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시민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양성자 가속기 사업과 핵 폐기장을 연계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지금까지의 평가기준과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 될 우려에 처하게 됐다.

이래서는 안된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져서는 사회와 국가가 존립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여 정부에 대구시민은 참여시켜 줄 수가 없는지, "우야겠노" 라며 희망과 기대를 보내준 대구시민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 줄 수는 없는지?

제발 "우야겠노"가 분노와 배신으로 바뀌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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