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대구시-파업.참사수습 '면피' 일관

입력 2003-04-21 12:00:25

시내버스 파업, 지하철 참사 등에 대한 대응 행태를 놓고 "대구시에 과연 행정력이 있느냐"는 의심이 시민들 사이에 높아지고 '무뇌(無腦)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의 추가 부담을 통해 파업사태를 해결하려 하는가 하면 참사 수습에서도 대책없는 마구잡이 약속을 되풀이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참사 수습의 경우 대구시는 유해를 관리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 관리단과의 아무 협의 없이 '24일 합동 영결식'을 갖기로 지난 19일 약속해 그 이전 유해 인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때문에 영결식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그 이후에도 장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리단 이원태 단장은 "준비에 시간이 필요해 유해 일괄 인도는 28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그 전날 대구시에 공문으로 통보했는데도 대구시는 추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장례 날짜를 정했다"고 답답해 했다.

관리단은 오는 28일에나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지난 19일 서울로 철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구시가 유해 보관 냉동고 관리를 인수하지 않으려 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관리단 정낙은 총괄팀장은 "전국 사건 현장을 다녀봤지만 대구시처럼 사고 수습에 일관성 없는 기관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김영주 행정실장은 "대구시가 갈팡질팡해 당초 35일 정도로 예상했던 사건 수습 기간이 두 달을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31일의 수창공원 예정지 참사 희생자 묘역 조성 합의 때도 대구시는 "어차피 법률 제한과 주민 반대로 조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생각때문에 합의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때문에 갈등만 커져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참사 희생을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기념사업 준비를 않아 앞으로 주도권을 희생자대책위에 넘겨줘야 할 상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내버스 파업 때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하기는커녕 시민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타결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샀다.

대구시는 취약한 산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 몇년간 아무런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기도 했다.

대구시의 '무뇌 행정'이 속속 드러나 신뢰가 더 떨어지자 중앙지원단의 20일 철수 이후 참사 수습이 더 장기화되지 않을까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회사원 이형우(32.남산동)씨는 "수습이 마무리되더라도 대구시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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