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영지(影池)가 옆에 있는 경주시 외동읍 영지초등학교의 동창회와 학부모가 최근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영지초등의 현재 학생 수는 모두 27명. 분교가 아닌 본교로서는 경주지역에서 제일 적다.
그나마 최근 2명이 인근 대도시인 울산지역으로 전학수속 중이라 학생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
영지초등은 일제때인 지난 1943년 6월 개교한 이래, 올해 55회 졸업생까지 3천250명을 배출했다.
지난 1963년에는 전교생 997명에 16학급을 두는 시절도 있었지만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교장 1명과 4명의 선생님이 남은 초미니학교로 전락, 경주시교육청이 폐교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수가 적어 2개 학년이 같은 반에서 수업하는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폐교 후 인근의 학교로 전학시키길 권유하고 있으나 학부모와 동창회 측이 '절대불가'를 외치며 대책마련에 나선 것.
이같이 학교의 존립을 놓고 교육청과 의견이 엇갈리자 학부모와 동창회는 학생수 늘리기가 폐교방지의 지름길로 보고 각종 장학혜택과 심지어 부모들의 직장까지 구해주며 '학생 모셔오기'에 발벗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올 신학기에 4학년과 3학년 등 2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서모(39)씨가 직장 문제로 거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고 동네 경로당을 내주는 대신 자녀들을 영지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또 동창회는 장학금제도를 확대해 타학교 학생들의 전학을 유도하고, 취학대상자가 있는 부모들을 일일이 찾아가 입학을 권유해 현재의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동창회와 학부모들이 학생모셔오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학생수가 더 이상 줄어들면 예산과 인력문제로 더이상 폐교에 반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동원(66) 총동창회장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전설을 지닌 영지(影池)를 교명으로 사용하는 학교의 폐교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인(58) 교장은 "내년에는 2명이 졸업하지만 인근 유치원을 졸업하는 5명이 우리학교에 진학하기로 약속돼 있어, 내년 한해는 버틸 수 있다"면서도 그 후는 장담할 수 없다며 긴 한숨.
경주.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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