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보행자 겸용으로 돼 있는 기존 자전거도로 형태의 개선을 놓고 시민들과 관련 단체 등이 해마다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태=지난 8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진입로 맞은편 자전거 및 보행자겸용 도로. 가로수 옆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 표지판이 눈에 띄지만 도로 사정은 표지판 안내와 달리 도로 양쪽에 오토바이.타이어 등이 놓여 있었다. 그 사이를 소형 오토바이, 행인, 자전거 등이 엉켜 힘겹게 통행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자주 탄다는 임인석(64.대구 대명10동)씨는 "길도 울퉁불퉁하고 인근 상점들이 내놓은 적치물 때문에 다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년째 이 길을 다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구 롯데마트~북비산네거리 방향 자전거 및 보행자겸용 도로. 5층 건물 보수작업으로 기중기 한대가 도로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 행인 2명조차 통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아예 차로로 내려와 통행하는 모습이었다. 오선희(27.대구 내당2동)씨는 "노상 적치물을 쌓아둔 상점들이 많은 곳이라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구 고성동 공구상 밀집 지역 역시 공구점 앞에 각종 기계부품과 차로 끝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자전거 통행이 어려웠다. 이들 지역 말고도 대구 지역 어디든 마음놓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시민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자전거도로 어떻게 조성됐나=본격적인 자전거도로 개설은 1995년 정부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부터이며, 지역에 자전거도로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4년 후인 1999년쯤이다.
당시 시는 자전거도로 242km를 조성키로 하고 23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작년말 현재 역내에 234.8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이 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는 금호강변.신천변 등 2곳 21.4km뿐이며 나머지 213.4km는 보행자 겸용 도로로 개설돼 있다. 또 지금까지 자전거도로 조성에 든 비용은 324억원이며 지난해 설문조사를 통해 자전거 이용인원을 파악한 결과 대구 인구의 20.1%인 51만명이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전거도로 이용을 통한 수송분담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나 시 관계자는 "전체 수송분담률의 2%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역내 자전거도로 개설에는 북구 검단로 0.4km, 달성군 논공단지 3.0km 등 2곳에 국.시비 각각 2억원씩 4억원이 투입된다.
황성기 시 도로보수 담당은 "자전거도로 개설비용은 상수관 굴착, 하수관.케이블 정비 등으로 인해 복구공사에 드는 비용을 합친 것"이며 "지역의 경우 구릉지 구간이 많아 자전거도로로서의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과 개선방안 = 황 담당은 "기존 자전거도로 정비는 거의 끝났으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따른 법률'에 따라 대규모 주택단지나 공단 조성시 설치되는 자전거도로 외에는 별다른 투자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가 대안없이 교통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기존 자전거도로의 활용도도 낮고 자전거의 대중교통 기능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경북본부 김종석 본부장은 "시가 교통정책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자전거도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물류수요가 많은 곳은 차량중심 도로로, 아파트.주택밀집 지역 등은 보행자.자전거통행 중심 도로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차량 위주로 체계가 잡혀 있는 현재의 교통정책으로는 자전거도로 개설 및 운영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도로 확충.보수와 같은 지엽적인 도로교통 개선안에서 벗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행자.자전거 이용자 등을 위한 '녹색교통' 정책을 빨리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녕 대구시 도로과장은 "노상적치물 때문에 자전가 타기가 어려워 자전가 이용률이 낮은 구간에 대해서는 구.군청과 협조해 홍보 및 단속을 벌이는 등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 수송분담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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