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는 없지만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는 있어요. 관광안내 설명을 듣고 어렴풋하지만 가슴속에 부석사와 소수서원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같은 지체장애인에게 받는 장학금이어서 더욱 값집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들의 문화유적과 산업현장 답사를 주관하고 장애인끼리 장학금을 주고 받으며 불편하고 어두운 세상을 잔잔하게 밝히는 드라마가 잇따랐다.
지난 14일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문화유적 답사를 온 시각 장애인들은 코끝을 스치는 봄바람과 유적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대구시립 효목도서관이 주관한 문화유적 답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도서관에서 점자 책자로 미리 공부를 해서인지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그리 낯설지 않아 보였다.
이른 아침 도서관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여명의 가이드와 함께 유적지 답사에 나선 장애인들은 대구답사마당 여행전문가 이승호씨가 유적 설명을 할때는 한 대목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귀를 바짝 귀울였다.
"눈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지만,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만들어 가지요". 도서관 직원 주해숙(25)씨는 "장애인들이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다녀온 일을 한동안 화제로 삼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15일 뇌성마비.발달지체.언어장애 등을 앓고 있는 대구 요한바오로 2세 어린이집 식구 최현영(6)양 등 7세 이하 60명의 아이들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포철 공정출하부 직원들이 초청하고, 동대구역이 특별열차를 제공해 제철소에 온 어린이들은 "쇳물이 얼마나 뜨거워요"라고 잇따라 질문을 던지며, 시종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이집의 윤도미니꼬(50)원장은 "내친김에 동해바다까지 구경하며 모처럼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열었다"며, 귀중한 바깥 나들이 시간을 마련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올해로 16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문경시 점촌동 홍익장학회 김홍(58.문경장애인복지회관장)씨는 자신도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한약방 경영에서 얻는 수익금으로 마련한 값진 장학금 1천20만원을 15일 문경시 장애인복지회관에서 장애인 자녀 중.고생 등 34명에게 지급했다.
"어렵게 살아가는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자녀들의 공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난 1988년 종잣돈 1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매달 한차례씩 불우장애인 위문의 날을 정해 장애인들을 찾아 위로하고 격려하며 동병상련을 나누고 있다.
윤상호.권동순.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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