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더니 가로수 꽃잎은 지고 파릇파릇 새싹들이 한껏 고개를 들고 반깁니다.
이제 곧 오월입니다.
오월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 의미가 깊습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부처님 오심을 알리느라 분주합니다.
사찰 주변 거리에는 인등이 하나 둘 불 밝히며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불 밝힘은 우주의 실상과 인간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우고 자유와 평화를 우리들 마음속에 심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오월에 부처님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불씨 하나로 인해 대구 시민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참변으로 우리 모두는 가슴 한켠에 고통의 아픈 상처를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참사 후 아픈 상처를 치유할 종교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대구 지하철 참사원혼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중앙로역에서, 시민회관 분향소에서 전국 각 사찰에서 천도재와 49재를 봉행하며 원혼들을 달랬습니다.
오는 23일에는 동화사를 비롯해 은해사, 불국사, 직지사, 고운사 등 지역 5개 교구본사와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불교계 주요 종단과 대구지하철 희생자 대책위원회가 힘을 모아 희생자들의 영혼을 천도하고 대구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위령대재를 준비중에 있다고 합니다.
특별히 이번 위령대재는 지금까지의 영가 천도의식을 마무리하고 고통을 툭 털고 일어나 새 출발하자는 데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부디 이번 행사를 끝으로 지난 아픈 기억은 내일의 교훈으로 삼아 밝은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무상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무상하다는 것은 '허무하다'거나 '덧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영원할 거라는 착각을 버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이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그냥 낭비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의 뒤를 쫓으며 과거의 시간속에서 머물 수는 없습니다.
아픔과 고통을 인정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 새 출발할 때 삶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봉행되는 이번 위령대재가 유가족 뿐만 아니라 부상자, 대구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고통을 건너 희망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이제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왜 이 세상에 오셨을까요?
불교의 교훈적인 게송을 담은 '출요경'에는 "내가 영원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행을 닦으면서 부처의 도를 이루려고 한 것은 바로 죄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서이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생이 지옥이라 생각하고, 빈곤에 헐떡이는 모습이 마치 아귀와 같고, 어리석음이 짐승과 같은 중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고통과 역경속에 있지 않다면 부처님이 오셔도 아무 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위해 이 땅에 오셨지만 사실은 오늘 여기에서 힘겨워하며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어둠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밝은 빛으로 나타내시고, 시련으로 고통당하여 손을 내밀 때 잡게 하시며, 불화로 반목할 때 미소를 보게 하시고, 나태와 좌절에 허덕일 때 고행을 배우게 하며 온갖 공덕으로 중생을 주인공으로 받아 주셨습니다. 자신이 어떤 경우에 처해 있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새겨 봅니다.
이 봄에 피는 꽃 같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달면서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이미 유명을 달리한 원혼들도 부디 극락왕생하여 이 땅에 기쁨과 평화가 늘 함께 하기를 두손 모아 발원해 봅니다.
지공스님 지장선원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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