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로 대변되는 음주 문화에 와인바람이 불고 있다.
20대 젊은이는 물론 30, 40대 회사원들과 전문직종사자들 가운데 와인을 즐겨 마시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와인 판매가 늘어나고 경양식 집과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도 보편화 됐다.
와인을 모르면 이젠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우려, 와인 안내책을 구입해 읽고 신문에 난 와인칼럼을 오려내 와인 공부를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예전엔 생소하던 와인문화가 지금은 자연스런 추세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술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혼자 마시기 보단 여럿이 어울려 마시면 더욱 제 맛이 난다.
더욱이 경제적 부담 없이 여러 와인을 다양하게 맛보고 와인에 대한 정보교환과 기본지식마저 익힐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와인바람을 타고 대구에만 와인 동호회가 10개나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회원들간 모임이 활성화 된 곳은 3, 4개정도. 온라인을 통해 회원들이 모아진 '다음카페 대구와인클럽'(www.daum.net/dgwineclub)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와인 동호회중 하나.
지난해 7월 결성된 대구와인클럽은 와인을 매개로 연령, 세대를 뛰어넘어 복잡하고 고단한 일상생활을 잠시 훌훌 털고 인생과 직업, 취미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함께 대화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 나간다.
20, 30대에서 40대까지 연령인 남녀회원들의 직업은 한의사, 대학강사, 회사원, 대학생, 기자, 아티스트, IT종사자 등 와인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회원들의 오프라인 만남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모임과 와인을 마시고 싶은 회원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만나자는 제안을 한 뒤 이루어지는 속칭 번개모임 등 두 가지. 정기모임은 와인에 대한 공부로 시작된다.
와인의 종류와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요즘 부상되는 칠레, 스페인 와인에 대한 강좌는 모임에 처음 나온 회원들에겐 빠뜨릴 수 없는 과정. 이어 회원들이 가장 고대하는 와인 시음회가 이어져 화이트, 레드 등 다양한 와인을 맛본다.
물론 마음 맞는 회원들간 2차 와인모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번개모임은 정기모임보다 참석자가 적다.
갑작스럽게 스케줄이 잡혀진 만큼 70여명의 회원들 중 시간이 허락되는 회원들만 참여하지만 분위기와 열기는 정기모임에 뒤지지 않는다.
다음카페 와인동호회 장점은 분위기가 깔끔하면서 편하고 와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것으로 차별화 된다.
또 남녀가 만나는 동호회 활동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작업 들어오는 것'이 덜한 것도 여성회원들에게 인기로 작용한다.
와인을 좀 즐긴다면 대부분 좀 콧대가 높은 편이지만 이곳은 회원들이 겸손하고 깔끔한 모임 관행으로 입 소문을 타고 가입하는 신규회원이 많을 정도. 회원들의 가입동기는 대부분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낮다보니 일반 술에 비해 마시기에 부담이 덜 되는 장점과 와인 붐을 타고 와인 공부를 좀 해보자는 것이 주류다.
물론 여러 종류의 와인을 적은 비용으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내게 맞는 와인을 선택해 마실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가입한 친구를 따라 나왔다 와인에 푹 빠진 김동희(25·여)씨는 "이름만 들어본 유명와인을 맛보고 결혼한 여자선배 회원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과정에 배우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회원가입을 무척 좋아했다.
호텔 요리사인 이태헌(28)씨는 "요리를 할 때 와인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도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궁금함을 풀기 위해 가입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다 비싼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 가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주로 퇴근 후 와인전문 취급 레스토랑인 빈센느(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동아스포츠센터 7층) 등에서 모이는 회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닉네임명찰을 달고 서로 이 닉네임을 부른다.
자신의 개성을 한껏 담은 닉네임은 재미있는 것이 많다.
'뼈공'(뼈 속까지 공주란 뜻), 만화주인공인 '광수 생각', '블루', '새벽기차', '나란히' 등 듣기만 해도 그 사람의 이미지가 대략 나타난다.
회원들간에는 와인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을 '내공'이 센 사람으로 부른다.
닉네임이 '새벽기차'인 백성운(34·웹 프로그래머)씨는 바로 그런 내공 강자중 한 명.
전세계적으로 같은 날 동시에 나오는 와인인 보졸레 누보 출시 행사를 인터넷에서 보고 4년 전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백씨는 와인클럽에만 세 군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포장마차에서 와인 마시는 것이 꿈이라고 밝힐 정도로 적극적인 와인 예찬자다.
보통 밤 9시쯤 모이는 이들의 와인 만남은 자정 이전에 끝나지만 와인에 흠뻑 취한 일부 회원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크리스탈 와인 잔을 한번 더 부딪치기 예사다.
와인은 눈, 코, 입, 귀로 마신다고 한다.
눈은 색깔을, 코는 향을 맡으며 입은 맛을 보는 한편 귀는 와인잔을 부딪치는 과정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맥주와 양주,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의 부담에서 벗어나 멋진 분위기와 대화 속에 세계각국의 와인 맛을 음미하는 이들의 희망대로 포장마차에서 와인을 마시는 날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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