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열린 공론장의 중요성

입력 2003-04-18 12:07:03

정부가 12년간 6천억원을 투입, 대구에 한방바이오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기대감과 함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커져 혼란스럽다.

돌이켜보면 위천공단, 밀라노프로젝트 등 지역에서 벌어진 대형 프로젝트 때마다 빚어진 현상이다.

'일방통행식' 사업진행 때문이다.

구상→기획→추진→정부수용→실행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 '공론장'이 마련되지 못했던 탓이다.

세미나나 중간보고회, 발표회 등 형식적인 절차가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일방적인 발표의 장이었을뿐 건전한 비판과 토론의 공간으로 승화되지 못한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공론장의 부재는 지역사회 분열과 사업의 실패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에 관련된 고도의 전문성이 내재된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역사회의 중재와 통합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정치인, 관료, 언론은 안타깝게도 매우 취약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개별적으로 아무리 많은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더라도 접촉하는 사람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나 친소관계에 따라 절대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권이 관련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의 성질상 접촉하는 사람은 개인적 혹은 소속기관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성'과 '이기주의'가 뒤섞인 상황에서 비전문가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현상은 비판자들도 마찬가지다.

일정부분 사실과 그럴싸한 논리에 '이기심'을 슬쩍 섞으면 듣는 사람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자유로운 토론의 공론장은 건전한 상식(common sense)과 양식(good sence)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전문가들의 논쟁을 통해 '무지'와 '오해'가 보완되고 '이기주의'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통합과 저력도 여기에서 나온다.

지역사회의 숙원사업이 전 지역민의 후원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지역사회의 공론장이 활성화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경제부.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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