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 부상자 김종신(54.대구 신암3동)씨는 곽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뒤 두달째 나가지 못하고 있다. 몸 상태는 상당히 호전됐지만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직도 기침을 하면 검은 가래가 나오고 특히 눈이 흐릿해져 안경을 끼지 않고는 신문을 못 볼 정도라고 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이 '살려 달라'고 내 다리를 붙잡는 악몽에 시달리는 날에는 밤새도록 한 숨도 못 자고 온몸이 식은 땀으로 흥건해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도망쳐 나오던 중 세 사람이나 자신의 허리를 붙잡고는 함께 나가게 해 달라고 매달렸던 일때문인 것 같다는 것.
김씨는 지난 2월19일자 매일신문 1면에 실린 뒤 세계적으로 인용 보도됐던 연기 가득한 전동차 내부 사진 속의 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했다. 노란 봉투를 들고 입을 막고 있던 사람이라며 김씨는 검게 그을린 당시 봉투를 내보였다. 김씨는 퇴원 후에는 사건 전 봉사했던 대구 '붓다의 집'에서 홀몸노인 자원봉사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후유증으로 폐에 병이 생길까봐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영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김민지(22.여.대구 신천동)씨는 퇴원을 준비 중이었다. 일상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지 걱정되지만 입원해 있다고 완쾌 보장도 없으니 통원 치료를 받겠다는 것. 기도 화상으로 여전히 호흡이 쉽잖고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았다는 김씨는 "다시는 지하철을 안 탈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전동차에 불이 붙은 뒤 바로 의식을 잃었다가 구조된 경우. 구조될 당시 호흡이 멈춰질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심폐소생술까지 받았으며 혼절하는 바람에 그날 밤 늦게야 집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 정연희(56)씨는 "당시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못했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호흡기내과 정진흠 교수는 "아직까지 후유증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으나 고질병이 없는 한 투통이나 불면증 등은 서서히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참사 부상자는 총 146명으로 집계돼 있다. 그 중 104명이 퇴원했고 42명이 8개 병원에 흩어져 아직도 입원 중이다. 대부분 호흡, 기침, 화상 등과 관련된 외상은 상당히 호전됐지만 불면증, 기억력 감퇴, 두통 등을 호소하고 컴컴한 공간 출입이나 대중교통 수단 이용을 아직도 겁내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상당수는 조만간 퇴원할 예정. 부상자 대책위 관계자는 "완쾌되지 않았지만 학교나 직장때문에 퇴원을 서두르는 부상자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부상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후유증. 전례 없는 사건이어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상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달 4일과 7일 진료 및 보상 관련 회의를 대구시와 가졌고, 같은달 12일과 22일엔 중앙특별지원단과 면담했다. 또 지난 9일엔 서울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찾아 가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평생진료권 △모의실험을 통한 유독가스 성분 분석 △특별위로금 상.중.하 3등급 분류 지급 △사망자 보상금에 준하는 보상금 지급 △손해배상액의 민법상 방식 산정 △취업시 가산점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