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극단 창작극 '동화세탁소' 15일 공연

입력 2003-04-17 09: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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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길어", "세탁쇼 건너뛰고 거기서 바로 들어가…".

15일 오후 7시. 대구를 무대로 한 토종 연극 1호인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작 '동화세탁소'의 연습 현장. 연출을 맡은 이상원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 대사는 빼라고 했잖아", "그만 버벅대". 연기자의 대사가 꼬이자 바로 지적한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연습이 마무리 단계. 6차례에 걸친 대본 수정도 끝났다.

주인공 안젤라와 진석의 대사. "어서 빨아", "빨고 있잖아". 세탁소 빨래 얘기지만, '야한' 연상으로 웃음이 터진다.

"야, 웃지말고 연기에 몰입해".

시립극단 10회 정기공연작 '동화세탁소'는 창녀촌에 위치한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3류 인생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 대구 도원동에 실제 위치한 금수세탁소가 무대다.

소품도 금수세탁소에서 빌렸고, 연기자들도 세탁소를 방문해 직접 세탁기술을 배웠다.

그래서 '토종 연극'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연기자들도 걸쭉한 대구 사투리를 쓰고, 대구 이야기도 많이 들어간다.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엄마가 딸의 교복을 맡기는 장면은 절로 숙연해진다.

"야야, 전화 좀 받아라"라며 딸을 애타게 찾는 엄마의 눈에 눈물까지 맺힌다.

창작극 '동화세탁소'(안희철 작)는 하이 코미디풍. 경찰과 창녀, 조직폭력배가 등장해 걸판진 웃음을 선사한다.

이날 연습장도 연기자들이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여러 차례 NG가 났다.

특히 '착한' 조직폭력배 동민으로 나오는 박상희의 대사에도 없는 애드리브에 스태프들까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상원 감독은 "전편에 걸쳐 30여차례 웃음이 터진다"고 했다.

창녀촌을 찾은 다양한 인물들과 조직폭력배가 퍼내는 경상도 생활 사투리기에 관객들의 감도는 더 커진다.

'동화세탁소'는 그동안 무거운 연극 일색이었던 시립극단의 레퍼토리로 볼때 파격적인 작품이다.

쌍절곤과 스포츠댄스로 꾸며진 '세탁쇼'가 선보이고, 첫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영상까지 동원한다.

1천여벌의 옷이 패션모델처럼 춤추는 장면은 압권.

안젤라와 진석의 꿈 속 결혼식 장면의 경우 드라이아이스와 바닥 전구를 이용한 조명, 6명의 리본 체조단 등으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관객의 옷을 벗겨 무대에서 직접 세탁하는 등 관객과의 직접적인 호흡도 시도한다.

여인의 나신을 그린 포스터(화가 남학호씨 작품)도 이색적이다.

이번 주 중에 연기자들이 모두 도원동의 속칭 '자갈마당'까지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 여성 연기자들의 요구가 집요했다는 후문.

이 감독은 "그동안 대구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극장 무대로 꾸민 장기 공연도 구상 중이며 관객의 반응을 봐서 서울 등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토종 연극 1호인 '동화세탁소'는 대구 배우의 대구 이야기기에 연습 현장은 어느 작품보다 뜨거웠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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