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4-17 09: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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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설악산은

한 줌 돌무더기.

물 아래 스님 그림자 사라지고

푸른 산도 걸어오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주인이 하늘 길을 고치고 오는 동안

물 소리 새 소리도 숨을 죽이고

하늘에 이은

동아밧줄이

잠시 지상에서 흔들리다.

-박종해 '무주공산'

설악산 시인 이성선을 추모하며 쓴 시다.

영원한 영산으로 살아 숨쉬게 했던 그가 떠난 설악산은 한 줌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스님과 산들도 숙연해져 짐짓 걸음을 멈춘다.

다만 하늘에 이은 밧줄 하나 그와의 교감인 듯 잠시 흔들린다.

이성선을 말하면서 선(禪)적인 품격으로 되살리고 있는 박종해의 설악산이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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