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역의 한 대학 교수님이 신문사로 찾아와 유인물을 건네며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했다.
열심히 유인물의 내용을 설명한 그 교수님의 어조가 다소 격앙되기는 했지만 사안을 설명하는 모습은 진지했다.
유인물의 내용은 사학재단의 비리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관심사가 되어온 것으로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 사안이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하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초 윤덕홍 교육 부총리는 대구의 한 모임에서 다소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사학재단의 비리는 내가 공직에 있는 한 끝까지 갉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청중들은 혹여 또 설화(舌禍)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 반 웃음 반으로 넘겼지만 윤 부총리의 소신을 읽을 수 있었다.
발언에 끝나지 않고 정책으로 반영하겠다는 윤 부총리의 다짐은 최근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사학의 비리와 분규를 예방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사학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보고였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앞으로 비리·분규 발생때는 행정·재정 제재 등 강력 대처하고, 특히 사학비리 전담 감사기구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 개정 추진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사학재단의 비리는 족벌체제와 교비유용 등 대학 사유화에 그 무게가 실려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사학재단의 크고 작은 비리가 불거지면서 지역사회는 늘 시끄러웠고 어수선했다.
그만큼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증거다.
비리와 분규의 악순환 과정에서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던 많은 교수들이 캠퍼스에서 쫓겨나고 희생되기도 했다.
한 교육전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에 기간제 교원제도가 생긴 1975년 7월부터 계약제가 도입된 99년 8월말까지 재임용에서 탈락된 교수는 국·공립대 234명, 사립대 307명으로 모두 541명. 대구·경북지역도 2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가 90년 제정돼 97년까지 적용된 구 사립학교법의 재임용제 임용조항이 구조절차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위헌성을 인정,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해직교수들은 "교수 기간임용제가 무효임이 법률적으로 밝혀진 이상 이 법에 근거한 해직교수들을 전원 복직시키는 것은 당연한 정부의 책무"라는 입장이다.
이젠 대학도 망할 수 있는 시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학이 퇴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비리와 분규는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학의 방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제 사학들은 유념해야 한다.
"지금 대학은 자기 의사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마치 질식할 듯한 분위기의 조용한 공원과 다름없다"는 그 교수님의 말과 '죽은 시인의 사회'를 연상케 하는 우리 대학사회, 참여정부가 부르짖는 개혁의 목소리가 이중삼중 오버랩되면서 앞으로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