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신임장관의 '신고식'

입력 2003-04-15 11:57:04

"장관이 직접 하라".

14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출석한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관행대로 기획관리실장이 업무보고토록 의원들의 양해를 구하자 박종우 행자위원장이 한 말이다.

김 장관은 이에 따라 수십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낭독해야 했다.

간부 소개에서도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호된 신고식의 시작에 불과했다.

의원들은 질의에서 김 장관이 남해군수 선거 당시 자신이 경영한 남해신문이 상대 후보를 비방해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점 등을 문제삼고 호남 역차별 인사 논란에 대해 매섭게 추궁했다.

특히 정창화 의원은 편중 인사와 정책보좌관제 등을 따지며 "그 정도로 머리가 안좋다 이 말이지…", "그렇게 눈치가 없느냐"며 공격했다.

신고식 진상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질의에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관례에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장관은 이상하게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장관에 임명되면 의원 회관을 돌며 인사해야 하는데 이를 빠뜨렸다는 것. 특히 위원장에게 인사할 때는 미리 연락해야 하는데 불쑥 찾는 바람에 행자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명함만 놓고 가는 결례를 범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시종 진지하고 솔직하게 답변해 의원들의 격려를 들었다.

"건방진 태도를 보여 해임 논란을 사고 있는 다른 부 장관(이창동 문화부 장관)과 다르다"는 얘기였다.

김 장관은 이 와중에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김 장관은 저서에서 단체장 임명직 전환 추진과 관련, 해당 국회의원의 낙선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썼는데 지금도 그 뜻이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김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지방분권 추진에 적임자라며 장관이 됐는데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일이 추진된다면 이 자리에 있을 필요도 없다"며 장관직 사퇴까지 언급했다.

위원장이 '의회 경시'라며 재차 문제삼았으나 김 장관이 소신을 굽히지 않자 의원들도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행자위가 끝난 뒤 한 의원은 이창동 문화부 장관과 비교하며 "젊은 장관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인신공격성 모욕까지 참아내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김 장관의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재왕 정치2부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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