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대학촌 학생들의 생활행태도 시대와 세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은 하숙 아니면 자취가 대부분이던 것이 80년대에는 방따로 식사 따로의 매식(買食) 형태로 바뀌더니 90년대 중반 이후는 하숙은 '찬밥' 신세이고 원룸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3년전쯤만 해도 영남대 주변에서 10집 이상이 하숙을 치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
요즘에는 원룸을 선호해 하숙생 구하기가 어려워 우리 동네에서는 나 혼자만 치고(5명), 영대주변 통틀어 3, 4집에 불과하다"는 22년째 하숙집을 운영중인 류순자(58.여.경산시 대동)씨.
타 대학촌도 마찬가지. 고교 동창생인 대구대 신입생 권대헌(20) 신영민(〃)군은 "원룸에 혼자 두는 것보다 하숙집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부모들 손에 이끌려 월 27만원을 주고 하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0,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중.장년층에게 하숙집은 아련한 추억과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하숙방이 때로는 '의식화 학습'을 위한 토론장이었다.
깡소주와 오징어나 과자부스러기를 놓고 유신체제 비판과 민주화 투쟁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도 있었다.
소줏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눴던 하숙집 입방식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대학촌의 흘러간 풍속도가 됐다.
세태변화에 따라 대학생들의 주거문화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영남대 주거정보센터 박정애(25)씨는 "재학생 2만4천여명에 기숙사 수용능력은 6동에 1천30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올해 1월부터 운영중인 이 센터에서 학교 부근 원룸, 임대 아파트 등에 대한 주거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나 대부분 자기만의 공간인 원룸을 찾는다"고 했다.
경산 대학촌에 원룸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94년쯤. 하양읍에서 몇채의 원룸이 건축된 이후 90년대 중반 영남대 앞 대동 등으로 확대됐다.
경산시 전하운 주택과장은 "지난 99년 임당택지지구 개발이 완료되면서 남으로부터 간섭 받기를 싫어하고 사생활을 보호받고자 하는 신세대 취향과 맞아 떨어져 원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산시에서조차 정확한 원룸의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경산시 임당.대동.조영.삼풍동 등 영남대 주변에 8백여채, 진량읍 상림.부기.평사리 일대 150채 등 경산 관내에 1천500여채(棟) 2만3천여 가구가 완공됐거나 신축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 2년제, 신설 4년제 대학에서는 한꺼번에 거액이 투자되는 기숙사 대신, 신세대 취향에 맞게 원룸촌의 여러 동을 임대해 기숙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주로 영남대 앞 임당동과 삼풍동 등에 위치하고 있다.
"교내 기숙사가 없는 상황에서 신입생 유치와 학생복지 차원에서 계양동 아파트 10가구를, 3년전부터는 학교 앞 사동에 원룸 24동을 임대해 모두 720명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다"는 대구미래대 학생지원팀 우윤식(36)씨. 그는 "원룸 기숙사에는 사감 7명이 3동씩을 맡아 관리하고, 2명의 대학지킴이를 밤 11시30분까지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영대앞 조영동에서 중개사 사무소를 하는 최옥련(54.여) 소장은 "원룸 생활자들중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70, 80%정도는 대학생들이지만 나머지는 직장인, 신혼부부들도 '목돈 들지 않고 살기 편하다'며 원룸을 찾는다"고 했다.
가격도 평수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6~10평(서비스면적 포함) 기준으로 보증금 50만∼300만원에 사글세(10개월) 200만∼350만원정도.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빈방이 10~20%일 정도로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원룸들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진량 평사리에서 원룸을 운영중인 박모(72.대구시 태전동)씨는 "최근 신축 원룸에는 에어컨, 인터넷 전용회선, 카드키, 개인별 도시가스.전기세 계량기 설치 등을 통해 학생들을 끌고 있다.
건축한지 몇년만 지나면 돈을 들여 새로운 설비를 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며 빠른 변화상을 알려줬다.
"최신 시설이 갖춰진 곳은 가격대가 좀 비싸지만 그만큼 편리한 점이 많아 돈 좀 있는 친구들은 가격에는 별로 구애를 받지 않는 것 같다"는 대구가톨릭대 99학번 박준모(23.신문방송 3년)씨.
원룸의 '대학포위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원룸촌에는 각종 주차공간이나 문화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주로 술집과 식당 등 소비향락적인 곳은 수두록하다.
서점이나 영화관, 공연장, 스포츠센터 등의 문화시설은 1, 2군데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다.
이 때문에 경산에서 대구시내 동성로 등지로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
또한 쓰레기.주차.치안 등 3난(難)을 겪고 있다.
거주자가 늘면서 종량제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 불법 투기가 하루 평균 10여t에 달하지만 지도단속과 숨바꼭질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원룸촌의 주차난은 더욱 심각해 밤이면 승용차가 교행하기 힘들다.
허가를 받기 위해 규정에 맞는 주차면을 마련했으나 실제 주차 가능면은 1대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모(48.대동)씨. 그는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빚어지는 폭행사건도 주변에서만 한달에 10여건에 이를 정도"라고 했다.
경산시 도시과 공영개발담당 손영익씨는 "택지개발 당시 서민주택 건설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대학촌 주변에는 실제 건축행위는 대학생들의 주거공간인 원룸중심으로 이뤄져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택지지구에 원룸신축시 규제방법이 없었으나, 앞으로 개발할 택지개발지구에는 지구단위 계획을 마련해 원룸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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