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세이-더불어 사는 사회

입력 2003-04-12 11:39:34

펄벅의 장편소설 '대지'를 보면 하늘을 구름같이 뒤덮은 메뚜기떼들이 일년 농사를 줄기째 갉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당시 중국은 메뚜기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끈질긴 노력으로 메뚜기떼들은 물리쳤지만 이번에는 먹을 것이 없어진 참새떼들이 극성을 부렸다.

모택동이 집권하고 난 후 전국에 참새 박멸운동을 펼쳤다.

참새들은 줄었지만 이번에는 각종 벌레와 병충해가 번성하여 참새들이 먹는 곡식보다 피해가 더 컸다.

우리나라 어느 섬에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풀어놓은 결과 쥐들은 박멸되었는데 고양이떼들이 도둑고양이가 되어 가축이나 음식물을 눈 깜짝할 사이에 도둑질하는가 하면 산과 들에 있는 토끼.다람쥐.비둘기 등 생태계가 파괴되어 이번에는 고양이잡기에 총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전국 어디를 가나 유실수에는 전에 없던 방충망을 씌워놓고 까치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새이고 아침에 까치가 울면 귀한 손님이 온다는 길조 중의 길조가 이제는 해조 중의 해조로 둔갑했다.

균형발전 안하면 공멸

이와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균형발전을 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무너지듯이 모두가 함께 무너지게 된다.

건강보험 이후 깨끗한 건물, 신축 건물에는 간판이 붙었다 하면 병.의원이다.

병.의원 주위에는 필히 약국이 생겨난다.

병원.약국이 많은 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큰 문제점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두뇌가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공대를 기피하고, 고수익에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의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없이 국가의 기간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공학이다.

이대로 가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세계 1위국이고 3명중 1명은 인터넷 중독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상매체 때문에 활자매체가 죽어가고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서 속에 우리는 삶의 간접 경험을 얻고 지식, 인내심, 집중력, 상상력, 사고력, 교양을 쌓게 된다.

이것이 무너진 것이다.

컴퓨터 중독 아이는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매사에 깊이가 없고 직선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사회에 그대로 적응한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 폭력 때문에 자식을 마음놓고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

인성교육을 포기한 입시위주 교육과 사회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남도 웃고 나도 웃어야

IMF사태 전까지만 해도 우리국민 60%는 중산층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중산층은 없어지고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뉘어졌고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불평불만과 갈등은 심각하다.

돈이 계급장이 된 이 사회는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되었고 각종 범죄로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어이없게도 한 사람의 불평불만자가 '나 혼자 죽기 싫어' 저질러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길거리에 세워둔 차를 밤마다 불을 지른 자는 어이없게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보기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러한 범죄자가 또 어디에서 어떤 범죄를 일으킬지 불안하다.

이 사회는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고 더불어 사는 사회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나만 잘살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같이 잘살자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 다같이 잘살지 못했기 때문에 망했다.

높은 지위에 있고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은 남을 위해 봉사하기 때문에 존경받고, 직업에 귀천 없이 양심적이고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와야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다.

남을 분노케 하고 내가 웃는 사회, 이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나도 웃고 남도 웃는 더불어 사는 사회, 그런 사회라야 세상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송일호(대구소설가협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