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해도 군수와 배목수 직업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배목수를 택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죠. 하지만 몇 년 지나면 목선(木船) 만드는 목수 찾기 힘들겁니다".
구룡포항 반대편 언덕배기 밑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소중 하나인 구룡포조선소(구룡포읍 병포3리)가 자리잡고 있다.
낡은 조선소 건물이 사라져 가는 목선처럼 금방이라도 내려 앉을 것 같다.
이곳 주인 도목수 조영수(65)씨. 초등학교 졸업 뒤 15살때부터 배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50년째다.
포항 지곡동 태생인 조씨는 묵호.주문진.속초.부산.강구.포항 등 전국의 조선소만 44년을 돌아다니다 6년전부터 이곳 구룡포조선소를 인수,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건조한 목선만도 수백척이 넘는 이 바닥에서는 최고의 도목수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30일에도 후배들과 함께 만석호(포항항 선적.19t)를 수리하고 있었다.
후배 4명 모두 50살이 넘는 배목수 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었다.
"왜 포항배를 이곳에서 수리를 합니까"라고 묻자 "구룡포가 타 지역 조선소보다 수리비가 조금 싼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 정부가 목선을 없애고 FRP선으로 바꾸는 정책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우리나라 어선의 80%이상이 FRP, 15%가 철선, 나머지 3~4%만이 목선이라는 것. 하지만 일본의 경우 화학재로 만든 FRP선이 폐선시 심각한 공해(바다오염 등)문제로 10년전부터 FRP대신 목선이나 철선으로 다시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조씨는 "5년전부터 FRP가 쏟아지고 있는데 수명이 다하는 10년뒤부터 FRP폐선 처리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정부가 그걸 모르고 있는게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씨가 말하는 목선의 단점은 배 밑창에 물이 잘 스며들고, 이끼가 잘 끼인다는 것. 때문에 부식을 막기 위해 1년에 3, 4차례(FRP 1차례) 뭍으로 끌어올려 페인트 칠, 나무 교환 등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리비가 많이 드는게 흠.
하지만 무게가 있다 보니 FRP에 비해 풍랑에 흔들림이 덜하고 어탐(魚探)도 잘 되며 폐선 처리에도 별 문제가 없는 장점이 있고 값도 FRP에 비해 20~30%정도 싸다.
조씨는 "FRP 수리 기술은 몇달만에 배울 수 있지만 목선 기술은 최소한 4~5년은 돼야 한다"며 "벌이 또한 FRP이나 일반 건축목수보다 훨씬 못한데 어느 젊은 양반들이 배목수한다고 나서겠습니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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