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김종길'춘니(春泥)'
선비적 기품의 시를 즐겨 쓴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화사한 시다.
알맞게 숨이 찬 언덕길의 생기와 해빙기 진흙의 끈적한 정겨움이 이른 봄 한낮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보리밭, 노고지리, 연식정구공의 탄력이 여자대학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수사의 과잉을 피한 비근한 이미지가 대구 봉덕동 시절 효성여대 풍경을 절묘한 수채화로 그려 보이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