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大邱가 '꼴찌'라고?

입력 2003-04-10 11:54:09

서울의 한 유명 인사가 강연차 모처럼 대구를 찾았다.

시내 중심가를 지나면서 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택시는 물론이고 자가용조차 상당수가 차로 변경이나 좌우회전시 '깜빡이'를 넣고있지 않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이다.

그는 인구 250만 대도시 교통질서가 이렇게 흐려져있다는데 우선 놀랐고 그런 속에서도 나름대로 제 갈길을 가고 있는 대구 사람들의 '무질서 속의 질서'에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대구 사람들의 기질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그는 못내 궁금해서 강연 끝에 "왜 깜빡이 작동을 등한시하느냐"고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되돌아온 의외의 답변에 그는 세 번째 놀랐다고 한다.

"깜빡이를 넣으면 뒷차나 옆차가 양보는 커녕, 오히려 속도를 더 내기 때문에 눈감고 그냥 끼어들기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지못할, 아니 울고싶은 우문현답이지만 사실이다.

의심스런 독자는 지금 당장 도로로 나가 이 사실을 확인해 보시고 실망하지 마시길….

▲지하철 참사 생채기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마당에 이같은 얘기를 듣고 대구 토박이로서 자존심이 잔뜩 구겨져있는데 신문은 연일 '꼴찌 대구'를 보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지역별 '경제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대구와 인천이 전국에서 경제적 고통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는 해당 지역의 물가상승률에다 실업률.부도율을 합한 뒤 생산증가율을 뺀 것을 말한다.

인천은 그래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인천지역 최대업체였던 대우자동차의 부도 여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어떤가.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로 93년 이래 줄곧 그 불명예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월중 대구지역 실업률은 4.9%로 전국 평균 3.7%를 웃돌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6%나 상승, 전국 평균 0.5%를 넘어섰고 지난 1월중 어음부도율 역시 0.14%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러니 지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야 오죽하겠는가. 이쯤되면 "대구는 뭐 기대할 게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살아가는 지역민들이 오히려 자랑스럽다.

▲그러나 부패방지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대구시가 가장 부패한 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제적 어려움이야 그래도 참을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신뢰'마저 손상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태산준령(泰山峻嶺)의 경상도 기개를 접을수는 없지 않는가. 이제 대구 시민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그 작업은 '신뢰 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내일부터 열심히 깜빡이를 넣어야 하는 이유가 그기에 있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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