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는 이로 해결 안된다

입력 2003-04-10 09:28:43

KBS 1TV 일요스페셜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법정(法頂) 스님의 일상을 담은 '법정 산에서 그를 만나다'편을 13일 오후 8시 방송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강원도 화전민촌에서 은둔수행을 하는 법정스님이 일년에 몇차례 전남 송광사 불일암과 서울 성북구 길상사 등에 내려와 지낼때의 모습을 3년에 걸쳐 담고 있다.

"뭐하러 왔어, 비오는데. 그래도 올라갑시다". 스님과 카메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시작된다.

불일암은 그가 75년 4월 19일 전남 송광사 산자락에 처음 암자를 지은 후 93년 강원도 화전민촌 오두막으로 이주하기까지 홀로 살던 곳이다.

아직도 여름, 겨울 안거 이후 이곳을 찾아 상좌 스님들과 만난다.

스님이 잠시 머무는 불일암에는 책상 겸 식탁, 이불용 방석, 호롱불, 다기외에 가재도구가 없다.

"주거 공간은 단순해야 해. 방안에 너무 많은 걸 들여놓으면 거기에 신경이 쓰여서 광활한 정신 공간이 없어져. 빈방에 있으면 온전한 자기를 누릴 수 있지. 아무 것을 갖지 않으면 다 가질 수 있어. 텅빈 충만감이라고나 할까"라고 스님은 말한다.

지난해 가을, 스님이 뉴욕 한인 불자들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9.11 테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을 때의 모습도 담고 있다.

스님은 "'이에는 이'로는 안돼. 증오를 가지면 눈이 멀게 되지. 끌어안아야 해. 전쟁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테러도 사라지지 않고"라는 반전메시지를 남긴다.

화두를 묻는 질문에 스님은 "'내가 누구인가'가 화두지. 한번의 깨우침은 일반인에겐 어려운 이야기야. 근원적인 물음을 항상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라고 답한다.

길상사에 매년 크리스마스때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마리아를 닮은 보살상이 있는데 대해 스님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질때만이 진정한 종교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거야"라고 말한다.

다큐를 제작한 서용화 PD는 "수차례에 걸친 부탁끝에 스님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며 "스님이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모습과 세상에 하는 말씀들을 자연스럽게 전하려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불일암의 아름다운 사계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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