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4-10 09:34:30

물푸레나무

코뚜레 뚫린 송아지 이마에

푸른 뿔이 돋는다

동쪽으로 뻗은 복상나무 겨드랑이

암내를 핥아가는 분홍 안개

다복솔 가칠한 능선

만삭의 보름달 불끈 떠올라

슬슬 어루만지는 구름

양수에 감싸여 출렁이는 봉분

둥근 것은 고리가 되어

쟁쟁 울린다

장옥관 「봄밤」

환상적 이미지다.

성적인 생기와 어울린 봄밤의 움직이는 몸살을 그리고 있다.

이미지 모두 생명 교섭의 포즈로 교감되어 특이한 관능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암내와 안개, 양수와 봉분이 그것이다.

송아지 이마에 푸른 뿔은 넌센스이지만 이 시의 생기에 신선한 보탬을 주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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