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에 한국은 비록 비 전투병과이긴 하지만 공병대와 의무부대를 파견하기로 국회에서 결정했다.
국회의 결정 이후에도 파병에 대한 찬성의 논리와 반대의 논리가 아직도 상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병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이라크 전쟁 자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파병을 한다는 것이고, 참전의 명분은 약하더라도 앞으로 한반도에 불어닥칠지도 모를 위급한 정세를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독선과 힘에 의한 국가이익의 추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전론은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그러들지 않고 큰 힘을 얻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병안(派兵案)을 제안한 노무현대통령은 그의 평소의 주장이나 지지 세력들의 주장으로 미루어 볼 때 파병에 반대할 것으로 보였는데 그 행보를 바꾸어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현실론으로 돌아섰다.
부시 미국 정부도 반전논리에 몰리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의 파병결정은 귀중한 참전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참전을 준비하는 장병들을 위해서라도 국론을 하나로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에서는 무력으로 해결을 보더라도 한반도의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공언이고 약속이라면 참전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입지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내를 다 아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이나 미국의 주장을 호락호락 들어줄 리가 없다.
북한은 그들이 제조하려는 핵무기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세계의 이목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핵문제를 "다자간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한국의 전략은 "오른 팔은 쓰지 않고 왼팔로만 씨름 하겠다"는 말과 같이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억지 입씨름과 명분 싸움에 강한 북한이 이러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무엇인가를 얻어 내려 할 것이다.
부의 창출과 소득의 증가보다는 분배에 관심이 많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본다면 부유한 국가의 재산을 받아내는 것은 세계평화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분배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도 이러한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다시 끌려 다니는 5년간을 겪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펴고 있는 전략의 일단계가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마감되면 다음은 어차피 북한 핵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를 것이고, 그들은 그 때를 기다려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서 곤경에 처한 에너지문제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상한대로 북한은 남북교류의 모든 분야를 냉각시키고 보류상태로 되돌리고 있으며 북핵 관련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인정치 않겠다고 겁 없이 으름장을 놓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남북관계가 술술 풀려나가리라는 소박한 희망은 갖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담판이 곧 투쟁이며 전쟁 못지않은 전략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토론의 기수들이 통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앞으로 주목된다.
현정부는 남북이 한국전쟁이후 50년의 '긴장속의 안정상태'를 유지한 것은 무엇보다 양진영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 졌기 때문이며 북한경제의 붕괴와 중국의 개방과 자본주의에로의 선회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명우 호남대교수 한국번역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