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 물건너 가네

입력 2003-04-08 12:00:28

사실 정치개혁은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것이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보다도 어렵다.

더구나 정치개혁은 정권초기 1년을 넘기면 헛일인데 이판에 악재까지 터졌으니 그야말로 물건너 가는 모양이다.

개혁의 중심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나라게이트'인가 뭔가에 빠져 여.야 정치권이 전부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갔기 때문이다.

쳐다보는 국민들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선연패(連敗)의 야당의 노는 품을 보면 정치개혁은 '날샜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정치개혁을 하려면 정당개혁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은 바로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권 구조조정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하나같이 원내정당화, 지구당위원장제의 폐지를 외쳤을때 우리는 정치에서 희망을 읽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둘중에 어느쪽이라도 먼저 바꾸면 될텐데 내년 총선의 이해득실 때문에 서로가 오리발만 내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무주공산(無主空山) 한나라당의 작금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전당대회 당권경쟁에 매달린 지도부의 머릿속에는 개혁이란 화두(話頭)가 이미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

대표경선을 둘러싸고 돈뿌리기에서부터 음해성 루머.당직거래.줄세우기 등 소위 개혁의 반어(反語)들이 난무하다니, 이러고서야 대선 3연패(連敗)는 따논 당상이 아닌가? 이 개혁의 혼란기에 명색이 원내 제1당이라면 국민들에게 무언가 비전을 주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믿음'의 정당이어야 하는데 사태는 거꾸로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질 4.24 재보선 또한 타락과 과열의 재판(再版)일시 뻔하다.

'대북송금'특검과 '나라게이트', 그리고 또 무슨 돌발사건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국에서 정치개혁은 그야말로 시간이 없다.

여야는 벌써 끝냈어야 할 선거구 재조정협상도 이제야 시작했다.

정치자금법은 또 어찌할 것인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

개혁을 거부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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