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참사 아픔 나누는 불교계

입력 2003-04-08 11:57:00

"이번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계기로 지하철 참사의 모든 불행들을 털고 대구시민들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일 오후 대구시 중구 반월당 옆 보현사내 대구불교대학 3층 강당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은 스님들의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짙게 배어 있었다.

동화사 주지로 대구봉축위원장을 맡은 지성스님과 봉축위의 사무총장 선문스님, 홍보부장인 진오스님 등은 이날 부처님 오신 날 행사일정 발표를 위해 대구불교계 대표로 나온 것이다.

한국 불교계 4대 축제 가운데 가장 큰 축제인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앞두고 스님들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공통화두로 언급하며 '이번 축제'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조용하게 축제를 치르며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불교' 그리고 '참사의 아픔을 함께하는 불교'에 의미를 두고 참사 치유에 불교가 한몫 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지성스님은 "사상 처음의 불행한 참사에 시민으로서 가슴 아프다"면서 "이번 행사준비는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는데 맞추었고 불교계도 여기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올해 축제의 초점을 설명했다.

그래서 봉축행사의 표어도 '가족을 부처님처럼'으로 정하고 '지하철 참사 아픔을 희망으로'라는 부제를 달아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했다.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스님이나 불자만이 아닌 모든 시민들, 특히 지하철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부상자 등과 나누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또 지성스님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새 출발을 위해 축제기간 중인 오는 23일 범 조계종 차원의 영가 천도재와 위령제를 갖기로 유가족측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지성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 행사와 영가천도재로 지하철 참사의 전환점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참사로 인한 장기 후유증을 안타까워했다.

진오 스님도 "8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성공적 개최도 중요하다"며 참사치유와 대구의 새출발에 대한 불교계의 바람을 이번 축제에 담았음을 설명했다.

'슬픔 속의 축제'를 '새출발의 전환점'으로 승화시키려는 대구 불교계의 간절한 바람이 실현되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대해 본다.

정인열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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