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포럼-이라크 전쟁이후

입력 2003-04-08 11:57:00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의 하나였던 이라크전쟁은 의외로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아 보인다.

그러자 당장 국제 기름 값과 금값이 내리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나 하면 국내외 증시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세계 경제나 우리경제가 호황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2.4%이하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와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여러 걸림돌 중 하나인 전쟁만 이제 겨우 뽑히려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에는 시차(time lag)라는 것도 있다.

만약 전쟁이 지금의 전망처럼 조기종결 된다면 우선 국제 기름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1천억~3천억 달러로 예상되는 이라크의 전후 복구비 조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경우 산유국 모임인 OPEC에서 탈퇴를 할 수도 있다.

생산할당량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석유 시장의 구조가 바뀐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이라크는 70년대 이후 국유화되었던 석유개발을 외국자본에 문을 열수도 있다.

이는 외자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또한 석유증산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혜택을 보는 나라는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다.

기름 수입 때문에 3개월 내리 적자를 보던 무역수지는 흑자 내지 호전될 것이고 또 파병 결정으로 여건이 좋아진 이라크의 전후 복구사업에 우리 건설업체의 참여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외로 많다는 데 있다.

석유증산만 해도 그렇다.

만약 증산으로 기름 값이 10달러대로 떨어진다거나 할 경우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중동민주화가 크게 지장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가격이 급락할 경우 중동의 정치적 불안은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유가 시대가 오기는 하겠지만 한계는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말처럼 후세인의 패배는 작은 '빈 라덴'만 양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 전쟁은 왜 했는지 의문만 남게 된다.

물류나 자본 인적교류의 자유라는 세계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전을 놓고 벌였던 외교전이나 또 전후 처리를 놓고 대립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과의 불협화음도 문제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세계경제는 혼미로 빠져들 수도 있다.

경제에서 민족주의(nationalism)가 설치고 있기에 그렇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미국제품 불매운동이, 미국에서는 이들 두 나라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세계경제는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다.

이라크 복구사업을 놓고 벌이고 있는 'UN주도냐' '미국주도냐'는 기 싸움은 가히 피탈질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콧대 높은 프랑스마저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미국과 우리는 한배를 탔다'는 등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

그래도 미국은 미국주도라는 의지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한 예로 이라크에 사용될 휴대전화 방식을 유럽식인 GSM이 아닌 미국식의 CDMA로 할 모양이다.

공화당의 한 하원 의원은 일방적으로 CDMA 사용을 의무화한 법까지 하원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징조는 결과적으로 세계 무역질서 개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종전의 평등위주의 WTO체제에서 코드가 맞는 나라끼리 해먹자는 소위 미국 주도의 '의지의 동맹'관계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들 강소국(强小國)이라고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신이 이만 저만 어려운게 아니다.

다음은 북핵 문제다.

누구나 인정하는 시각이다.

우리에게 있어 북핵은 안보상의 위협은 물론 경제에서도 위협이 되고 있기에 그러하다.

서울에 있는 외국인 투자지원 센터 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3월말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48.4%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중 미국인의 투자는 72% 급감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다음은 괴질(SARS)이다.

이라크 전쟁보다 경제에는 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경제는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저유가 시대가 와도 호황을 맞기에는 우리경제 체질이 너무 허약하고 중동 건설이 호황을 갖고 오기에는 우리경제 규모가 너무 크다는 비관론도 있다.

위기와 변화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중동 복구시장은 물론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도 우리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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