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윤덕홍 교육 부총리

입력 2003-04-07 12:07:33

윤덕홍 교육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 4일 사단법인 산학경영기술연구원 월례세미나에 초청돼 대구에 온 그는 취임 초기 언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린 탓인지 발언에 많은 신경을 쓰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소탈한 면모를 잃지 않으며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먼저 객지 생활이 고달프지 않느냐는 질문에 "20여년만에 다시 찾은 서울이 지방생활에 비해 교통, 주거환경 등 여러모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갖고 있어 약간 애로를 느끼고 있다"면서도 "한국교육의 개혁과 발전이라는 큰 명제에서 볼때 개인생활의 불편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윤 부총리는 "한 달 전만해도 대구에서 지역인사들과 지역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더러 한 잔 하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오니 기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교수로서, 대학 총장으로서 자유롭게 말하던 습관이 배어있다보니 부임 초기 앞으로 이렇게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편하게 했던 말들이 마치 대한민국 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처럼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지난 한달이 결코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말보다 정책으로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틈나는대로 외부인사들을 만나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했다.

-중점 검토중인 정책 현안은 무엇인가?

△아직 정책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교육의 큰 방향을 잡아나가고 구상하는 단계다. 9일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는데 우선 여기에 집중하고 이후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교육부의 권한을 지방교육계에 대폭 이양하고, 초중고의 공교육성 확보,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 입안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 교육전문가와 학부모, 교사 등 외부인사들을 교육부내 각종 위원회에 참여시키는 의사결정방식을 채택, 개방형 구조로 시스템화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에 있어 취임 당초 입장과는 달라졌다는 시각도 있는데.

△NEIS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부분은 유보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내 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하고 있고, 더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 교육단체에서 인권위에 제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인권위의 판단에 따라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시행해나갈 생각이다. 교육개방 문제도 무척 노력했다. 당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양허안을 내도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취했지만 경제부처쪽에서 국내법상 허용된 범위조차 양허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고 말해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양허안을 만들었고, 관련 부처와 조율과정에서 협상에 임할 때 반드시 교육부가 협상 테이블에 참석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성인분야와 대학교육도 최대한 시간을 벌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

-협상 완료때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있겠지만 성인교육과 대학교육은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지방대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대학을 육성하느냐, 경쟁력이 없는 대학의 경우 과감히 퇴출을 유도하느냐가 고민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국내에 대학이 너무 많다. 따라서 대학만큼은 경쟁력을 우선시해 발전-도태의 구도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최근 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 20%내외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입시과열과 서열화 등 대학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만나보니 개혁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서울대 의 노력과 의욕을 도와나가겠다. 서울대 학부정원이 축소되고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해나가면 입시경쟁도 그만큼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서열화와 입시열풍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서울대 스스로 구조조정해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보듯 이공계 기피가 더욱 심화되고 우수학생들이 의대에 대거 몰리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이공계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장학금 지급 등 유인책과 이공계 우대정책 등 다각도의 보완책을 적극 검토하겠다. 특히 졸업후 안정된 취업이 보장되고 현장에서 이공계 출신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화해나가는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그동안 교육부내 관료의식과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이같은 효율적 정책을 만드는데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교육부 조직자체에 대한 진단을 외부기관에 컨설팅의 의뢰한 상태다. 이제 교육부가 명칭 그대로 교육에만 매달리지 않고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부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체질 개선 즉 리노베이션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이를 중점적으로 거론할 생각이다.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대학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대학도 개혁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필요하다면 정원도 축소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특히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그 수요에 맞게 커리큘럼을 바꿔야한다. 기업과 적극적으로 산학협력하고 연결장치를 만들어가는 대학에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교수들은 과연 자신의 강의가 인재양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반성해야 한다. 월급받고 대충대충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학생을 아끼고 계도하며 학생들의 졸업후 진로를 제시하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어저께 충남 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전교조와의 갈등으로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교육단체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부총리의 입장은 어떤가.

△보고는 받았다. 불행한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각 단체간 의견이 상반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다.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모두 노출시켜 서로 논쟁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겠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모든 단체를 다 안고 갈 생각이다. 이번 사건이 각 교육단체간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대구의 교육계와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장 눈 앞의 생각과 이익보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교육단체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외부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성원해주기를 부탁한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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