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매일신문 애독자의 한사람으로 대구지하철참사에 대한 원인규명, 책임소재, 대책 등 '남은 자가 할 일'로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읽고 새로운 다짐을 단단히 한바 있다.
그러나 어쩐지 아직도 미심쩍은 점이 많다.
요즘말로 '과학마인드'의 책임이 있는 과학교육의 반성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자동차, 지하철, 고층빌딩, PC인터넷 등과 같은 문명의 이기일수록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시민의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의 기본자질로서 준법정신과 공중도덕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과 행동 그리고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는 소위 '과학마인드'가 수준이하로 떨어져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시민의 과학마인드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책임은 초·중·고와 대학교양의 과학교육에 있다.
첫째로 이론(지식)위주 교육이 우선이고 실험(실습)교육을 무시하거나 경시한데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은 이론을 하고 머리 나쁜 사람은 실험을 한다는 그릇된 시각을 가진 시대도 있었다.
요즘도 각급학교 입시문제나 수능시험마저도 실험문제를 출제하면 이를 실험을 통하여 해결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풀고 있다.
또한 대학의 교양과목에 기초과학은 선택이거나, 있어도 이론적으로만 다루고 실험은 아예하지 않는다.
둘째 과학을 우리생활과는 별개로 생각하는데 있다.
과학이란 우리가 살고있는 자연의 원리이고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의 원리와 법칙(이것을 모아서 기본개념이라 함)이 우리 생활속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가를 같이 배워야 한다.
이 정도의 기본개념이라도 옳게 익혔더라면 이렇게 대형사고로 커지지 않았을 것을 생각할 때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과학과 생활을 분리하지 말고 합쳐서 생각하는 즉 문화적 상황속에서의 과학교육 내지 생활과학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이 시대를 살아 가야할 시민의 기본자질로서는 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식과 교양으로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과학마인드가 부족하다.
자동차 수출국인 우리나라가 교통사고는 왜 제일 많은가? 인터넷 강국이라면서 왜 지난번 인터넷 혼란때 제일 피해가 큰가? 따라서 이번과 같은 후진국형 대형사고로 커진 근본원인은 시민의 과학마인드를 키우지 못한 과학교육에 큰 책임이 있음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기초과학의 뒷받침이 없는 첨단기술만의 발달은 그 수명이 짧고 언젠가는 무너질 위험성을 가졌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넷째로 전국민의 과학화운동이 이미 70년대에 시작되었으나 구호에 그치고 실효가 없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1966년에 창립되었으며 그것의 중요한 설립목적의 하나가 국민생활과학화운동을 통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 단체의 활동이 중앙위주로 과학기술인에게만 알려졌지 전국민의 과학화운동 특히 지방민에게는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에 과총 대구경북지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립돼 지역민의 과학마인드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시민의 과학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열린과학관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의 과학관이나 과학공원이 많다.
인구비례로 볼 때 각 구청마다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각종 산업체에서 만든 산업기술관이나 특수목적의 과학박물관보다도 자연의 기본개념을 경험할 수 있는 기초과학관이 시급하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이면 누구라도 갈 수 있는 열린 과학관이 필요하다.
오철한(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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