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연주 감상평

입력 2003-04-07 09:34:50

지난 2일 저녁 통영문예회관.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무대가 있었다.

리허설이 길어져 예정 시간을 30분이나 넘긴 오후 8시에야 공연이 시작됐지만 문예회관을 가득메운 900여명의 관객은 설렘속에서 차분히 공연을 기다렸다.

이 공연은 장영주-주빈 메타-빈 필이라는 3요소가 결합되면서 이미 한 달전에 매진됐고, 800여석의 공연좌석에 매진후 표를 사려는 대기자만 1천300명이되는 화제를 낳기도 했다.

첫 곡 오토 니콜라이의 '서곡 윈저궁의 명랑한 아낙네들'에 이어 하늘색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장영주는 서울에서의 잇단 공연에도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

곡목은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 첫 출발은 밸런스가 맞지 않아 다소 불안했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안정을 되찾으며 대가다운 여유와 몸짓으로 오케스트라를 리드해 나갔다.

특히 1악장 마지막 부분인 요셉 요아힘 류의 카덴차에서는 무반주로 화려한 기교를 선보여 '역시 장영주'라는 찬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 화려함은 1악장이 끝난 뒤 관객들의 폭발적인 박수를 이끌어내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끊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어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는 빈 필이 특기로 삼는 베토벤인 만큼 완벽하게 마무리지었으며 모차르트의 '서곡 피가로의 결혼', 요한 시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의 앙코르로 2시간여의 아쉬운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뒤 장영주는 내내 웃는 얼굴로 100여명이 넘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으며 이날 공연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현철 전 김영삼 대통령 차남 등의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전 대구시향 악장이었던 김한기(창원대 교수)씨는 "지역에서 이러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단원들의 음악적인 완성도가 절정이라고 말할만큼 충실한 연주였으며 무엇보다 장영주가 우리나라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음악모임 산책의 권중혁씨는 "현을 강조하고 관을 줄인 소편성이었지만 꽉 짜인 연주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대구에서도 이런 공연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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