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국제음악제

입력 2003-04-07 09:34:50

통영. 인구 15만의 조그만 남쪽 섬도시. 해안선을 따라, 그리고 자연부락을 따라 꼬불꼬불 길이 이어진 평범한 어촌이다.

이 통영이 지난 10일(3월25~4월2일) 동안 전국 음악계는 물론 1만명이 넘는 외지인들이 찾을만큼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유는 불과 2회째를 맞는 통영국제현대음악제의 알찬 내용이고 더 엄밀히 이야기하면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협연이 있었던 2일의 폐막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800여석 규모의 작은 연주장이 고작인 통영에서 빈 필, 주빈 메타와 장영주가 연주회를 갖는다는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충격인 것은 행사를 총괄한 김승근 (재)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장의 말이었다.

"내년에는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옵니다.

그리고 윤이상 음악당이 완공되면 개관기념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을 초청할 계획입니다".

빈 필과 런던 심포니,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면 전세계 수많은 교향악단 중에서도 톱5에 손꼽을 수 있을 터인데 이들이 줄줄이 통영을 찾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화충격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시민들, 그리고 사무국의 합심된 노력에서 시작됐다.

'군사독재의 박해를 받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라는 멋진 컨셉을 갖고 있었지만 이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윤이상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세계유수의 음악잡지에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음악회가 알려졌고, 이에 따라 정상급 연주자들에 대한 섭외가 쉬웠다"며 "앞으로도 시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기업들은 후원금으로 이들을 지원했고 시민들은 3천5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황금파도'를 구성해 각 행사장에서의 무료봉사는 물론, 공연 티켓 사주기 등으로 행사를 지원했다.

탄탄한 프로그램은 행사 성공의 바탕이 됐다.

빈 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오보주자인 하인츠 홀리거와 그의 앙상블 모데른, 세종솔로이스츠, 바로크합주단, 후고 볼프 현악4중주단 등이 참가했으며 주공연장인 통영문예회관 대.소극장이 아닌 페스티벌하우스, 해변에 마련된 문화마당, 학교, 교회에서는 통영음악협회 주관으로 프린지(주 행사가 아닌 부대 행사로 자유참가공연) 공연이 행사기간 내내 이어졌다.

대구문화사랑 김종원대표는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이야말로 이 음악제를 성공시킨 하나의 원동력"이라며 "대구도 오페라 축제개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참여도 놀라웠다.

빈 필공연은 물론 윤이상 오페라 2편이 공연된 1일 저녁 공연도 행사 개최 오래전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라크 전쟁여파로 초청이 예정됐던 일부 외국단체가 불참해 공연이 취소되기도 하고, 진행미숙으로 몇몇 공연이 예정시간을 30분이상 넘겼던 점, 그리고 행사장 표시 부족 등 타도시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 등은 겨우 2회째이고 통영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열렸고 공연내용의 충실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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