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해 물이야기-(하)절수대책

입력 2003-04-04 10:20:40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온다.

때문에 빗물을 사용하고 절수기를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하천이 마르고 오염되는 등 물이 부족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UN이 1인당 연간 물 사용 가능량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천491㎥로, 세계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4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빗물 이용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성인 빗물까지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왠지 찜찜하다는 것.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은 빗물로 인해 형성됐다

물 문제는 빗물로 해결하는 게 정석이다.

식수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생활용수로 빗물을 이용하면 많은 양의 상수도를 절약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빗물을 사용하고 있고 우리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빗물은 대체 자원이 아닌 수자원 그 자체이다.

◇빗물은 더럽다?

보통 빗물하면 산성비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강수의 산성은 계속 변한다고 한다.

초기에만 pH4 정도의 산성을 띨 뿐 5~10분 정도 지나면 거의 정상 수치인 pH5.6에 가까워진다는 것. 따라서 초기 빗물만 제거하면 얼마든지 깨끗한 빗물을 사용할 수 있다.

'내리는 빗물'은 산성일 수 있으나 집수면을 거쳐 '받은 빗물'이나 '모은 빗물'은 중성이나 알칼리성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등 빗물이 건강을 헤친다는 얘기는 근거없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한다.

한무영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빗물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산성비기 때문에 해롭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우려와 거부감 때문"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헤어린스나 콜라가 빗물보다 오히려 산성이 더욱 강하다"고 말했다.

콜라의 경우 초기 빗물(pH4)과 같은 농도로 맞추기 위해선 100배나 희석해야 한다는 것.

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 옛말처럼 빗물도 모아 사용하면 썩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빗물의 경우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많지 않아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생기는 부산물에 의한 불쾌한 냄새나 맛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이상헌 녹색미래 사무처장은 "빗물은 빈영양상태이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 미생물들이 굶어 죽는다"며 "때문에 오래 보관해도 쉽게 썩지 않는다"고 했다.

◇빗물을 이용하고 있는 외국 사례

이미 독일, 일본은 물론 태국 등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많은 국가들은 빗물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모은 빗물을 화장실, 정원용수, 세차용수, 세탁용수 등 생활 용수로 활용하는 빗물 이용 종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타이완의 경우 빗물 이용 시설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고, 미국도 빗물 이용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빗물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태국은 1980년대부터 가정용 빗물 집수 시스템을 적극 개발, 보급하고 있다.

빗물 저장 탱크를 집집마다 설치, 2t 정도의 빗물 탱크를 1천500만개 정도 보급했다.

물 풍요국인 일본도 시청 등 10여개의 정부 청사에 빗물 이용시설을 설치하는 등 빗물 이용에 적극적이다.

빗물 이용 시설을 제품화해 보급하고 있을 정도. 스미다시의 경우 1997년 기준 시청에서 사용된 화장실 용수의 43.7%를 빗물로 사용했다.

독일도 건축법이나 음용수 수질법 등을 고려해 빗물을 이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하수 보전을 위해 빗물 이용에 적극적인 독일은 가정용은 물론 학교, 세차장, 산업용으로 빗물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빗물 이용 관련 설비 제조업체도 100개가 넘는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빗물 이용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국가에서 보조하는 등 빗물이용 촉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빗물 이용 대책 마련해야

상수도 의존율이 높은 도시의 경우 빗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가정 경제는 물론 국가재정에도 많은 이득이 된다.

이상헌 처장은 "빗물을 이용하면 수도사용량의 29%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빗물을 이용해야 하나? 빗물 이용의 관건은 빗물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정화 처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식수처럼 세밀한 장치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집이나 건물 등 옥상에 오수정화조 시설처럼 간단한 집수장치와 빗물 저장 탱크 등을 갖추면 된다.

대신 집수면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초기 빗물 제거장치를 이용, 오염 물질이 섞인 빗물 1.5㎜정도를 처리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빗물 이용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제도적 장치 미비는 물론 국민들의 빗물 이용에 대한 의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등 지붕 면적 2천400㎡ 이상, 관람석이 1천400석 이상인 시설물을 신축하거나 증·개축할 때 빗물 이용시설을 설치토록 수도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경기장 등 대형 건물에만 한정돼 있어 실제 빗물 이용량은 그리 많지 않다.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중 인천, 대전, 전주, 서귀포 등 4곳에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빗물 이용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질, 규격 등 빗물 이용 시설의 기준이 마련되고, 공공기관 건물 신축시 빗물 이용 시설 설치를 적극 유도하는 등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민간 차원에서도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무영 교수는 "인공 강우나 댐 건설 예산의 일부만 빗물 이용에 사용해도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빗물 이용 시설의 경우 에너지 요구량이 낮고 무공해여서 21세기 지속 가능한 수자원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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