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거주자 험한 길 파란 신호등 켤게요

입력 2003-04-03 10:25:11

"40대요? 자식도 다 키워 놨으니 이제 봉사할 나이죠".

주부 백경화(44.대구 동천동)씨는 쪽방 거주자들을 돕는 인터넷 동호회 '40대만의 파란 신호등'(cafe.daum.net/kh2569)의 운영자이다.

TV를 통해 본 쪽방 거주자들의 힘든 삶에 가슴 아파하던 백씨는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지난해 9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인터넷 하는 법은 고3 딸 어깨너머로 배웠다.

40대들이 나서서 '파란 신호등처럼 사회에 희망을 주자'는 뜻으로 만들었다는 이 모임에는 경기도.전라도 등 전국의 40대 남녀 회원 330명이 가입돼 있다.

그 중 15명 정도가 1인당 월 5천~2만원씩을 모아 매월 10만원씩 대구 쪽방상담소(칠성동)에 전한다.

회원들은 또 매월 둘째 목요일 쪽방상담소를 찾아 40여명분의 밑반찬을 전하고 있다.

배추 20포기, 어묵 20봉지 등 이틀 내내 매달려 밑반찬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회장인 백씨 몫. 대구 매천시장에서 채소.어류.농산물 등을 떼다가 식당 등에 공급하는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이다.

남편은 백씨와 함께 시장을 봐 주고 아내가 조리한 반찬들을 쪽방상담소에 실어다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백씨는 요즘 동호회 카페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들국화 방송'에 푹 빠져 있다.

오전 10~12시, 오후 2~4시, 밤 10~12시가 방송 시간. 회원들에게 인사도 전하고 40대들만의 생활담도 편하게 주고 받는다.

"혼자 쪽방에서 사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아버지를 보는 듯해서 무척 마음 아팠습니다". 백씨는 "쪽방 거주자들과의 결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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