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가죽만 벗겨낼 수도 있고 수박처럼 쪼갤 수도 있고 아예 몸과 접속하는 코드를 잡아 뺄 수도 있다.
영혼
하늘 속에 책이 펼쳐져 있다.
여러 날 오른쪽 페이지의 끝이 접혀져 있다.
여러 번 읽었다고 믿고 있지만 처음부터 누군가가 대신 읽어주었을 수도있다.
-이원 '낮에는 햇빛이 낯설다'
세계의 의미는 들어맞지 않는 퍼즐과 같다.
들어맞지 않는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려면 어긋난 문장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이 시는 '몸', '그림자','영혼'에 대한 정의를 진지하게(?) 내리고 있지만 독자에겐 수수께끼같은 안타까움만 주고 있을 뿐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이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게 되면 결국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인의 정직성이다.
권기호 〈시인·경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