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밀양 박씨 집성촌인 청도군 각북면 남산2리 남강서원에서는 지난달 30일 이 마을 손복희(99) 할머니의 백수(白壽)잔치가 가족.친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다.
손 할머니는 18세때 이곳에 시집와 남편(박갑준, 1978년 사망)과의 사이에 8남매를 낳아 3남매는 어릴때 홍역으로 잃고 5남매를 키웠다.
맏딸 정난(1954년 사망), 맏아들 재을(68), 2남 재강(63.대구), 2녀 정숙(57.각북면 덕촌2리), 3녀 재숙(53.청도읍 평양2리)씨 등 5남매에게서 태어난 손자·손녀·증손 등을 합하면 50여명이나 되는 손 할머니는 지금도 증손자들을 키우고 농사일을 도울 만큼 건강하다.
평생 병원을 모르고 살아온 손 할머니는 하루도 술을 먹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애주가로 요즘은 소주 반병(1홉)에 물을 3배쯤 태워 식사전에 반주로 들고있다.
할머니는 술을 즐기게 된 동기를 "서른살때 13, 10, 7살이던 자녀들을 한 해에 모두 홍역으로 잃고 화병이 나 곡기를 끊었지. 그 때 영감이 날 살리려고 집에 있는 막걸리를 마시라며 권한 것이 지금까지 마시게 됐다"고 말한다.
담배도 하루 1갑이 모자랄 정도. 담배 2개피의 필터를 끊어내고 담뱃대에 넣어 피우는 손 할머니는 "담배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털어놓는다.
식사를 할 때는 가족들과 함께 하지않고 25년전 세상을 떠난 남편 사진을 마주 보고 앉아 "저만 밥을 먹습니다, 당신도 많이 드세요"라는 인사말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했다.
소식(小食)에다 채식을 좋아하는 할머니는 겨울에도 양말을 신지 않아 백수 잔치때 버선을 신지 않으려고 생떼를 부리는 바람에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가족들이 귀띔한다.
맏며느리 김상(67)씨는 "지금도 어머님이 자신의 바느질은 직접 꿰매고, 손자들 생일까지 챙기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최봉국기자 choib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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