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고 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전날까지만 해도 입을 꼭 다물고 있던 꽃망울이 이튿날 아침에 보면 활짝 핀다.
아침 저녁 부는 바람에서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낮에 차를 몰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이럴 때쯤이면 쉬는 날 집 안에서 베개를 붙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사람도 좀이 쑤시게 마련. 그러다 보니 꽃 좋다는 곳에는 '사람 사태'가 나고 인근 도로는 몰려든 차 때문에 주차장이 되기도 한다.
사람 구경도 하고, 차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시간 보낸 것이 나들이 무용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싫은 사람들은 대구보다 조금 북쪽의 의성으로 차 머리를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봄 정취가 다른 곳에 못잖은데다 많은 문화유적에다 온천도 있어 휴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촌가로숲
천연기념물 405호로 점곡면 사촌리에 자리잡고 있다.
수령 300~600년, 높이 20~30m의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종의 나무가 폭 20~30m의 건천을 사이에 두고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 나무들은 고려말 안동 김씨 입향조가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 서편의 기를 보완하고 넓은 평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방풍림이다.
여름이면 짙은 나무 그늘이 만들어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이라고 한다.
◆고운사
단촌면 구계리 등운산 자락에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 본사로 신라 신문왕 원년(618년) 의상조사가 창건한 절로 창건 당시의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다.
그러나 신라 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여지(如知), 여사(如事) 등 두 대사와 함께 공부하면서 가운루, 우화루 등 두 누각을 세우고 고운사(孤雲寺)라 이름을 바꾸었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식량을 비축하고 부상병을 뒷바라지하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만든 산문(山門) 안쪽으로는 키 큰 노송들이 빽빽이 서 있는데 이 사이로 난 진입로는 '솔굴'이라고도 불린다.
길이는 800여m.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지만 걷는 것이 더 운치가 있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맨 먼저 나타나는 건물이 최치원이 세운 가운루. 옛날에는 이 누각 아래로 계곡물이 흘렀는데 물에 잠기는 부분은 돌기둥으로 하고 그 위에 나무기둥을 세워 누각을 지었다고 한다.
가운루 바로 옆에 붙은 우화루 외벽에는 커다란 호랑이 그림이 있다.
누가, 언제 그렸는지 모르지만 이 호랑이는 계속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
포효하면서 사람에게 달려들지는 않아도 시선을 마주하고 몸을 옮기면 허리를 쭉 펴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면서 따라온다.
마치 방문객의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는 듯하다.
가운루 앞 약사전 안에는 국보 제264호인 석조석가여래좌상이 있는데 현존 통일신라시대 불상 중 훼손이 가장 덜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영조의 어첩을 보관하기 위해 지었다는 연수전은 다른 절 건물과는 완전 다른 형태여서 이채롭다.
◆빙계계곡
춘산면 빙계3리에 있는 경북 8승의 하나다.
빙혈(얼음구멍)과 풍혈(바람구멍)이 있어 빙산이라고 하며, 그 산을 감돌아 흐르는 내를 빙계라고 한다.
빙혈과 풍혈은 마을 왼쪽 언덕 위에 있다.
기자가 찾았을 때 빙혈 내부는 공원조성공사로 인해 전기가 끊겨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바로 위쪽에 있는 풍혈 안에는 고드름이 널려 있었다.
한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다 해동이 시작되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하지가 되면 녹는다고 한다.
옛날 이곳에 빙산사라는 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옛 절의 오층석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바위 틈새에 자리잡은 고목도 인상적이다.
인근 도로 양편에 2km 이상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는 사곡면 화전리가 있는데 이곳 산수유는 이번 주말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공룡발자국 화석지
금성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인 제오리에 있다.
1990년대 도로확장공사 중 발견된 것으로 폭 20m, 길이 50m 절개지에 크고 작은 공룡발자국 300여개가 남아 있다.
지표면으로 드러난 지 오래되면서 훼손이 심해 영구보존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인근 가볼 만한 곳:최고의 게르마늄 온천수를 자랑하는 탑산온천이 중앙고속도로 의성IC 바로 옆에, 리튬 성분이 전국 평균치의 50배 정도나 많은 빙계온천이 빙계계곡 인근에 있다.
국보 77호로 전탑양식과 목조건축의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통일신라시대 석탑인 탑리오층석탑이 금성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다.
▲먹을 만한 식당:구봉식당(054-834-5107)-의성읍 구봉산산림욕장 바로 밑에서 메기찜과 메기매운탕을 전문으로 한다.<
내장을 발라 낸 메기를 30분 정도 물에 넣어 달인 후 육수에 마늘, 고춧가루, 참깨 등 갖가지 양념을 듬뿍 버무려 얹은 뒤 다시 익힌다.
큼직큼직하게 썬 마늘이 알싸한 게 일품이다.
3만~5만원.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내려 5번 국도를 타고 의성읍 소재지~청송 방면으로 직진하다 점곡면 사촌마을~고운사~산수유마을~빙계계곡~금성면 탑리오층석탑~공룡발자국화석지.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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