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된 대형 뮤지컬로서 흥행에도 성공해 화제를 뿌렸다.
화려하고 짜임새 있는 무대, 성실한 국내 배우들의 연기 등이 어우러진 공연은 우리 가족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감동을 다른 관점으로 얘기했지만 나는 그 내용에 가슴이 저렸다.
다양한 예술가적인 기질, 뛰어난 건축기술과 정치적인 야망도 가졌던 에릭은 태어나면서부터 얼굴에 흉한 기형이 있었다.
태어난 순간 깜짝 놀란 부모가 던져준 얼굴의 가면이 그를 평생 숨어 지내게 했고 오페라의 유령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치게 했다.
팔이 없이 태어났지만 그 엄청난 장애에도 불구하고 밝게 자라서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청년 오토다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토다케의 위대함을 그 어머니에게서 보았다.
처음 태어난 후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진 아기를 본 부모의 반응은 대개 엄청난 놀라움과 함께 수치심에 아이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오토다케의 어머니는 달랐다.
"어머 이렇게 귀여운 아기가!"
이 첫 마디가 오토다케의 일생을 결정해 버렸다.
몇달 전, 유방암이 뼈에 전이된 환자가 왔다.
8년 전 발견해서 병원에서는 곧 죽는다고 했는데 자기는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했다.
현대 의학에 대한 비아냥도 있었다.
할말이 없었다.
환자가 다닌 병원의 자료를 모두 검토해봐도 분명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도 암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얼마 살지 못한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환자는 종교에 귀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암, 특히 재발한 암은 죽음의 병이다.
당연히 죽는 것으로 병원에서는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병원에서 몇 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는데 아직 살아 있다는 사람들을 가끔씩 만난다.
전에는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고 아예 부정했다.
기적이라고 얘기하는 이런 사실 앞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요사이 나의 관심 사항이다.
현대 의학이 전부 엉터리라고 얘기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모든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것 또한 어리석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환자들의 생사 유무를 판단할 심판관은 아니라고 본다.
있는 현상 그대로 봐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암을 포함한 난치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단정적으로 몇 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니 집에 가서 편안히 삶을 정리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어가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환자나 가족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의사들은 환자를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몇 개월 남았다고 얘기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설혹 최악의 상태라 하더라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덜어 주어야 하고 끝까지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의사가 포기한 환자는 불안에 떨면서 사이비 치료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
임재양(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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