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낙선운동은 공동대응

입력 2003-04-01 12:11:39

시민단체, 노동계 등이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찬성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정치권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30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대국민성명을 내놓자 화답하듯 31일 여야 총무단이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이날 "일부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표명하는 등 국회의원의 자율적 토론과 의결과정을 저해하는 분위기는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발상"이라며 "의원들의 의사결정에 압력을 가하려는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파병안을 둘러싼 극단적인 국론분열과 대립이 우려스런 상황에서 여야가 새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초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멱살잡이식 정쟁에 익숙한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 정치권이 파병안에 대한 결정을 여전히 미룬 채 낙선운동에 대해서만 입을 맞춘 것은 속보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오히려 파병안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하자 내년 총선에서의 표를 의식,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당사자가 바로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또 자신의 소신에 따라 파병여부를 결정한 것이라면 과연 낙선운동을 두려워할 게 뭐가 있냐는 반론을 낳고 있다. 일단 파병안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무엇이 국익이냐를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정한 소신을 두고 비판이 있다면 당당히 맞서 설득하면 그뿐이다.

또 파병찬성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시민단체의 압력만을 문제삼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세력이 파병지지 궐기대회를 갖고 반대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은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작 정치권이 파병문제에 대해 소모적 갈등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관, 국민 혼란만 부채질 한 점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없다. 낙선운동에 발끈하기에 앞서 정작 국회의원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해야 할 때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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