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시장 돌풍

입력 2003-04-01 09:35:16

▲구봉정보기술

"대구·경북 첨단벤처의 활로는 지역이나 국내가 아니라 세계시장에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지난 달 19일까지 8일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전자 박람회인 '세빗2003'에 참여했던 (주)맥산시스템과 (주)구봉정보기술 등 지역 첨단벤처기업들은 세계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에 깜짝 놀랐다.

지난 해 말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하나로 묶고, 여기에다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 기능의 보안솔루션을 추가한 '하나로캠'을 개발한 구봉정보기술. 세계 최초의 제품이란 자부심이 있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괜찮았지만, 지역 전문가그룹으로부터는 "새롭거나 뛰어난 기술이 아니다" "디자인이 뒤떨어진다"는 등 혹평(?)을 들었다.

"너무나 야속했습니다.

1년 넘게 고생해 만든 제품이 진짜 실패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수 천만원을 투자한 세빗2003 참가 결정은 세계시장에서 한 번 평가받아보자는 마지막 승부수였습니다". 박무희 구봉정보기술 대표와 직원들은 전시회 참가에 앞서 고사까지 지냈다.

세계시장의 반응은 지역과는 정반대였다.

'하나로캠'이 세빗2003 한국공동관(17개 업체 참가)의 최고 인기품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몰려든 바이어마다 "원더풀"을 연발했고, 이스라엘 컴텍솔루션사 바이어가 현장에서 바로 1만개(8억원) 수입계약을 체결하자 다른 참가기업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현재 연간 10만개(80억원) 물량공급을 전제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기업만도 아이넷테크놀러지그룹(스위스)과 NTD(독일), 비버리 패시픽(홍콩) 등 3곳이고, 전세계 36개 기업과 1만개 단위의 수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계 각국의 샘플 주문이 너무 많아 100개(800만원) 단위의 주문만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산시스템

세계 최소형 PC본체 아이콘시리즈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는 맥산시스템도 세빗2003 전시회에서 충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미국 베스트바이사(www.BestBuy.com) 바이어로부터 연간 200만대(약 2조4천억원) 규모의 납품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사(연매출 약 24조5천억원)가 미국과 캐나다 등에 1천900개의 대형 매장을 가진 컴퓨터 및 주변기기 관련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라는 것을 알고, 연간 200만대란 물량이 베스트바이사로 볼 때 결코 많은 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백광 맥산시스템 대표의 말이다.

세븐스헤븐사(영국)는 아이콘시리즈 3천대를 6개월내에 판매할 경우 영국내 판권을 달라는 대단히 합리적인 계약서를 이미 제시한 상태고, 유럽 및 구소련(31개국) 북남미(3개국) 아시아(14개국) 아프리카(7개국) 등 전세계 55개국 350명의 바이어들이 수입 및 딜러권 계약을 위한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맥산시스템은 생산능력 및 자금조달 등에 대한 분석과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미국 베스트바이사로 무역담당 전담직원을 파견해 구체적인 수출물량과 계약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올해 세빗에서 스마트카드 관련 토털 솔루션을 선보인 아이씨코리아 역시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아 전시회 기간 중 80억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지방기업'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및 지역에서 겪는 차별이 세계시장에서는 거의 없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면 과감히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벤처의 정신이자 살 길"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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