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인들은 이 도시를 묵경(墨京), 멕시코를 묵국(墨國)이라 불렀다.
한인 이민 초기인 1910, 20년대만 해도 멕시코시티의 한인은 10여명 뿐이었으나 현재 5~7세대까지 뻗어간 혼혈 후손 2천500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도로 1962년 한.멕시코 국교가 수립된 뒤 지난 80년대 초반까지 대사관과 무역관 직원,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국인 500여명이 멕시코시티에 진출해 거주했고 97년 상사주재원 800여명을 비롯해 1천~1천500여명으로 늘어났다.
98년 한국의 IMF 금융위기와 최근 2, 3년새 남미 국가의 경제난에 따라 멕시코에 와 불법체류 중인 한인들이 급증, 멕시코시티 교민사회는 현재 1만5천~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멕시코시티 한인회 최영범(55) 회장은 "지리.경제적으로 미국과 중남미 국가의 중간이어서 유동성이 심한 멕시코에서 돈만 벌어 떠나려는 '뜨내기' 한인들이 많아 교포사회가 안정되지 못해 한인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의 한인 상인은 3천~5천명. 한인업소는 의류도소매 점포가 800여개로 태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잡화점 60여개, 옷가공수출업체 40여개, 식당 10여개, 여행사 7개, 미용실 5개 등이다.
한인들은 점진적인 상권 잠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유대인과 현지 상류층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한인상점은 대통령궁이 있는 소칼로 광장을 중심으로 동쪽의 미스칼코 지역에 의류도매업소 200여개, 서쪽 베인테 데 노비엠브레에 고급의류점 20여개, 남쪽 이사사가에 20여개 봉제업체, 북쪽 아르젠틴 카르멘에 의류.잡화점 60여개가 들어서 있다.
아르젠틴 카르멘 북쪽 인근 테피토 지역은 부산 국제시장과 서울 남대문시장처럼 값싸고 질 좋은 의류.잡화를 살 수 있는 멕시코 최대 재래시장으로 하루에 수만명이 찾지만 치안이 허술, 밤에는 행인이 드물고 택시를 타면 반드시 잠금장치를 눌러야 하며 낮에도 총기 강.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법천지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악착같이 장사하는 한국인들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이 곳엔 멕시코에 갓 이주한 한인들의 의류.잡화점 100여개가 밀집, 상권을 넓혀가고 있어 한집 건너 하나꼴로 5~10평 규모의 한인가게를 만날 수 있다.
고급번화가인 소나로사에도 한인식당과 비디오점, 제과점, 미장원, 슈퍼마켓 등이 옹기종기 모여 조그만 코리아타운을 형성해 늘 한인들로 북적댄다.
테피토에서 3년째 옷장사를 하고 있는 박영민(43)씨는 "미국 덕분에 멕시코 경제가 다른 중남미 국가보다 훨씬 나아 남미지역 한인들이 돈을 좇아 들어와 유사업종에 종사하면서 동포들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이 많이 떨어지고, 마피아들에게 보호세 명목의 돈을 뜯기고 있어 불만이지만 멕시코의 제조업 기반이 미미해 의류 등 소비재와 생필품을 취급하면 고생한 만큼 돈벌이는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자.가방가게 업주 레베카 최(39.여)씨는 "한인은 물론 멕시코인 의류.잡화점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 등 동남아에서 물건을 수입.판매하는데 2000년 12월 취임한 비센테 폭스 대통령 정부가 통관과 밀수단속을 강화해 매출이 급감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2월 멕시코 검.경찰이 한인업소를 대상으로 상표도용 등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여 표적수사와 소수민족 차별, 인권침해 등의 시비를 낳기도 했지만 일부 한인의 상표 위.변조와 탈세행위가 적발돼 한인사회 이미지를 흐려놓았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10년 전부터 미국과 중남미시장의 교두보인 멕시코에 본격 진출, 현재 공식적으로 650여개 업체가 멕시코시티(380여개사) 등지에 자리를 잡고 25만명 가량의 멕시칸에게 5만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만 15억달러를 현지에 투자했다.
대표적 기업은 대우와 LG, 삼성 등이다.
대우는 세탁기 냉장고 전자렌지 TV 비디오, 삼성은 TV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LG는 모니터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문대원(61)씨가 1968년 첫 선을 보인 태권도는 10년 앞서 상륙한 일본 가라데를 물리치고 멕시코 240여개 지역에 조직망을 갖출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이 곳의 한국대사관 황의승(50) 공사는 최근 한인들의 중심상권 진출에 대한 기득권층과 현지상인의 불안감, 이들의 한국인에 대한 악성루머 유포, 일부 한인업소 현지종업원들의 저임금 및 부당대우 등이 그동안 근면.성실함과 현지인 고용창출, 저렴한 고품질 상품공급 등을 통해 호감을 샀던 한인들을 싸잡아서 지탄받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공사는 "멕시코의 외국인 취급업종 제한으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은 한인들 중 상당수가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 한국이나 미국으로 떠날 욕심에 각종 위법행위을 자행, 교민사회의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실추시켜 문제"라며 "한인사회가 반성하고 단결한 뒤 한국공관 및 한국기업과 함께 사회봉사와 이윤환원 등에 힘써 사회기여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시티=강병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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