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행 취임 2달...당내 평가 긍정적

입력 2003-03-31 13:05:57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30일로 대행에 취임한 지 꼭 두달이 됐다.

대선패배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월30일 서청원 대표의 당무 후퇴 이후 당의 조타수로서 거센 파고를 넘어온 것.

대행 취임 때만 해도 3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어서 '잘해야 2개월 대표'라는 말이 나돌았으나 당지도체제 개편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확정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대행체제가 길어지고 있다.

이 기간 박 대행의 대표직 수행에 대해 적지않은 의원들이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대선패배의 후유증과 당내에 만연한 무기력증을 수습해가는 와중에 자칫 당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었던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을 무난히 처리하는 등 정치력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정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게 한 당직자의 설명이다.

박 대행은 국군의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서도 "국익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파병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 참전 반대론이 확산되자 '명확한 당론'을 요구하며 파병안 처리를 미루는 등 강약 조절에 들어가 있다.

박 대행은 지난 2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노무현 정부가 잘할 때는 상대적 대안 세력으로, 못할 때는 절대적 대체세력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도체제 개편방안을 놓고 당내 절충에 실패,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인데도 박 대행의 '목소리'를 찾기 어려운 데서, 대행체제의 한계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박 대행은 취임이후 소속의원들과 수시로 만나 "'결속과 개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자"고 역설하고 있다.

젊은 의원들과의 술자리에선 '폭탄주'로 대취하기도 했으나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패배 정당의 대행직이 갖는 필연적 상황일 수 있고 복잡한 당내 역학구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박 대행으로선 남은 임기동안 간단치 않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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