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한 캠퍼스내 술집인 포항공대 통나무집(일명 통집)이 14년째 재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89년 당시 박태준 대학 재단이사장이 포항공대 주변에 주점이 없어 불편이 많다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기숙사와 체육관 사이 언덕 위에 아름드리 통나무로 지은 2층 67평짜리 건물인 통집(104석). 재학생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포항공대생에게 통집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정열과 사랑, 낭만, 고뇌가 깊게 새겨진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기숙사에 짐을 푼 신입생은 통집을 먼저 찾고, 재학생들은 통집에서 군 입대하는 친구를 마지막으로 보낸다.
이곳은 선후배나 동급생간에는 토론장으로, 사제간에는 학구열을 불태우는 제2의 강의실 역할을 해왔다.
통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2층에 설치된 골든벨. 지난 94년 장수영 총장이 골든벨을 타종해 당일 술값 수백만원을 모두 부담한 뒤 김효길 박사, 정성기 총장 등이 모두 6차례 타종했다.
낭만도 있다.
통집 내부 1.2층 천장과 벽면에는 사랑과 꿈, 진로에 대한 낙서가 빽빽히 새겨져 있다.
포항공대에서 여름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이화여대생의 경우 '통집에 낙서를 하지 않으면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연예인 김광석, 홍진경의 낙서도 벽면 구석에 남겨져 있다.
미스테리도 있다.
'통집에는 실제 설계도에 없는 거북이 모양의 계단 3개가 숨겨져 있는데, 계단을 발견한 학생은 행운을 안을 수 있다'는 전설이 대를 이어 전해지면서 신입생들의 관심을 돋운다.
통집의 가장 큰 자랑은 저렴한 술값. 대학이 직영하는 이곳의 술값은 생맥주 500㏄ 1천300원, 소주 1천200원, 파전 4천300원 등으로 시중가의 60% 수준이다.
여기에다 학생증을 제시하면 술값이 다시 20~30% 할인된다.
대신 셀프 서비스여서 술좌석 뒷정리까지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컴퓨터공학과 3년생 김모(22)군은 "인근 주점이 기숙사에서 1, 2㎞ 이상 떨어져 통집을 많이 찾는다"면서 "졸업후 성공하면 반드시 통집의 골든벨을 타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동열(41) 점장은 "포항공대생들은 이곳에서 매일 생맥주 20만cc, 소주 60병을 마신다"면서 "분위기까지 좋아 인근 주민들도 많이 찾는 포항의 명소"라고 자랑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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