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음악계 은빛물결

입력 2003-03-31 09: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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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음악계에 은빛 물결이 넘친다.

대부분 퇴임 교수, 교장선생님 등으로 구성됐지만 활동은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대구원로음악인회와 은빛메아리 합창단이다.

1996년 4월 만들어진 대구원로음악인회(회장직무대행 라경관)는 대구음협과 함께 대구음악계의 구심점이다.

대구음악계 최고원로인 피아니스트 이경희(88.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대구시향 초대상임지휘자 이기홍(77), 전 경북대 총장 천시권(79)씨를 비롯, 장안나(82) 김철욱(80), 임성길(78) 라경관(77) 김진경(77) 석종환(76) 김병태(75) 박숙희(74) 추병기(74) 전영호(73) 우종억(73) 김재근(72) 안종배(70) 남세진(70) 장영목(70) 이인희(70) 손진헌(70)씨 등 70세가 넘는 회원들만 20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60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지만 대학이나 교단에서는 원로로 대접받는 이들도 이곳에서는 심부름을 해야하는 청년(?) 대접을 받는다.

대구음협 사무국장을 지냈던 추병기씨는 "이 모임은 서로 친교가 있을 뿐 아니라 평생을 같이 했던 음악도 듣고해서 정말 기분이 좋아"라며 아직까지 정정한 목소리다.

이 모임은 원로라고 해서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여러가지 활동으로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01년 6월부터 시내 녹향음악감상실에서 개최해온 음악감상회. 지난 20일 16회를 거치면서 음악감상회는 물론 후배들과 함께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전 합창연합회장 이신우(66)씨는 "젊은 친구들과 연계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대구음악계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1년에는 박태준 현제명 권태호 하태응 이점희 김진균 한창희 등 대구가 낳은 음악가들의 삶을 회고하는 '대구음악 회고 콘서트'를 열었고, 모임의 분기회때는 원로들의 음악활동을 증언하는 글을 만드는 '원로들의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조병찬 전 대구음협회장은 "5월에는 대구음협과 공동으로 대구음악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내년에는 20세기 대구음악회고를 위한 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대구원로음악인회처럼 평생을 음악에 매달려온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은빛물결은 은빛메아리 합창단(단장 천시권)에서도 이어진다.

이곳 역시 60세 이상이 회원이고 남성들로만 구성돼 있다.

2000년 창단돼 현재 40명이 회원으로 있는 은빛 메아리는 여러 합창단의 무대에 초대받기도 하고, 서로 모여 봉사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원로들의 모임'이다.

대부분 교회성가대 경험이 있는 전직 교장선생님, 교회 장로님들이지만 아마추어 답지 않게 연습할 때만큼은 눈빛이 형형하다.

독자적으로 연주회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대구크리스찬 코랄, 대구레이디스 코러스 발표회 무대와 대구원로음악인회가 주최한 '20세기 대구음악회고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쟁쟁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원인 임우상 전 계명대 교수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노래나 실컷 부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지난해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무대에 초대받았을 때는 손자.손녀뻘 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단원들 모두가 너무나 좋아했다"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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