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마을 안동 단호1리 애 울음소리에 동네 생기 찾았어요

입력 2003-03-29 13:18:09

작은 시골마을에 청명한 아기 울음소리가 새봄을 맞고 있다.<

안동시 남후면 단호1리. 10여 농가에 노인들이 대부분이던 시골 마을에 권준형(40) 이명숙(36)씨 부부가 지난달 떡두꺼비 같은 욱진이를 낳은 뒤 동네에 생기가 돌고 있다.

"마을에 애기 울음소리가 다시 이어지고 빨랫줄에 기저귀가 걸리면서 사람 사는 마을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는 할아버지 권재일(66)씨는 "우리 금동이(욱진이)는 병치레도 않고 벌써 말을 하려는지 옹알이를 한다"며 연신 손주 자랑에 입이 닫히지 않는다.

준형씨는 대구에서 섬유회사를 다니다 부농의 꿈을 안고 지난 93년 부인 명숙씨와 고향인 이곳으로 옮겨와 11년째 살고 있다.

귀향해 농사를 지으며 조그마한 쌀포대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귀향에는 불만이 없다"는 준형씨는 "욱진이가 동네 어른들 노리개가 돼 온종일 집에 사람이 들끓는 바람에 한번 안아 볼 기회도 없다"며 활짝 웃는다.

"요즘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애 구경을 하지, 오랜만에 옆집에 어린애가 생겨 하루 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는 이웃 김옥자 할머니는 "가다 오다 금동이 보는게 낙"이라며 금동이 볼에 입을 맞춘다.

욱진이의 별명이 어느덧 동네서는 금동이로 불린다.

진료를 나가는 날이면 으레 준형씨집을 찾아 금동이의 건강을 살피고 예방접종을 도맡는 남후면 보건진료소 강인숙(39)간호사도 금동이 팬이다.

금동이를 모르면 이동네 사람이 아니란다.

금동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양이면 고된 농사일에 지친 몸과 마음이 금새 풀리고 넉넉해진다는 마을 사람들. 그 소리가 마을에 사람이 다시 찾아들고 젊은 세대가 정착함을 알리는 청신호로 메아리치기 때문이다.

안동·마경대기자 kdma@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