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편에서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도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왜 전쟁이 일어날까? 그것은 인간의 이기적 탐욕의 소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와 평화라는 이름을 걸고 점점 야만스러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새로운 무기들이 목표물을 찾아 땅 속 까지 들어가기도 하고, 화염에 휩싸인 바그다드의 시가지가 신문으로, 화면으로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와 우리 앞에서 펑펑 터지고 있다.
몇 해 전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었을 때 가족의 생일 선물로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자두를 좋아하는 큰애는 자두나무를 심고, 둘째는 배나무를 심었다.
남편은 감나무를, 나는 매화향이 그리워 매화나무를 심었다.
아이들은 눈만 뜨면 자기가 심은 나무에게로 가서 풀을 뽑아 주기도 하고 지난밤 꿈 이야기라도 들려주는 듯, 나무와 오랫동안 소곤거리기도 했다.
마당 가장자리에 울타리처럼 나란히 서서 비와 바람을 견뎌낸 나무들은 첫해부터 수확의 기쁨을 주었다.
이른 봄에는 매화꽃 서너 송이가 피는가 싶더니 꽃진 자리에 강낭콩만한 매실이 열렸고, 한 더위에는 붉은 새알 만한 자두도 두 개나 달렸다.
그 동안 아이들은 몇 번의 생일을 지냈고, 나무도 생일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제 제법 살도 붙어서 여간 바람이 불어도 의연한 여유를 보인다.
가끔씩 시무룩해진 아이들이 나무 곁에 가 말없이 이파리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나 또한 울적한 날은 나무 곁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이제 나무는 우리들 곁에서 좋은 친구처럼 미래처럼 위안처럼 우리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 갈 것이다.
요즘은 나무심기에 좋은 때이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야말로 석유나 어떤 무기보다 진실로 지구를 지키고 살리는 일이다.
전쟁 중에도 꽃나무에는 꽃이 피고 있다.
팍팍해진 마음에 구덩이를 파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 그것이 나와 인류의 평화를 심는 일이지 않을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이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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