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더라도 구명조끼 꼭 입으세요

입력 2003-03-29 09:29:57

"바다에 빠졌을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다면 생존율을 84%까지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작년 동해상에서 발생한 남일호와 보성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107 경비정을 타고 구조활동을 벌였던 포항해경 권경태(36) 경장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명 조끼를 입지 않는 어민들을 보면 안타깝다.

육상에서 자동차 안전벨트가 생명을 지켜주듯이 바다에서는 구명조끼가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지킴이 역할을 해준다는 권 경장은 "작년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해난사고중 바다에 추락한 22명 가운데 5명이 구조되고 17명이 사망.실종돼 23%만이 구조됐다"며 "하지만 추락한 사람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울릉도 해상에서 침몰된 103 신명호 선원 12명과 5일 발산리 앞바다에서 전복된 해영호 선장 등 13명의 실종자도 구명조끼만 착용했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권 경장은 "당시 침몰전 침수사실을 전화로 연락했던 정황 등으로 미뤄 위험이 예상됐을 때 구명조끼를 신속히 착용했더라면 거의 구조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할 경우 바다에서 최대 24시간 떠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구조될 확률이 높다는 것. 외국의 통계에 따르면 바다추락시 구명조끼를 착용했을 경우 84%가 생존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존율이 불과 24%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소형 선박일수록 파도와 바람 등 기상상황에 취약해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조업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본은 실종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소형선박 어민들을 상대로 구명조끼 상시착용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추진중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다.

다만 수상 레저에만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화 돼 위반시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경은 어민들이 5만원 안팎인 구명조끼 구입을 원할 경우 구입을 대행해 주기로 했으며 입.출항 신고소를 통해서도 착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권 경장은 "나무 판자만 잡고 있는 조난자도 구조되는 상황에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당연히 구조될 수 있다"며 "잠깐의 불편함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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